"로또 당첨" 속이고 빼돌린 26억으로 호화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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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로또에 당첨됐다." "처갓집이 부자다."

서울시 양천구청 사회복지과에 근무하던 안모(38)씨는 그렇게 말하고 다녔다. 물론 거짓말이었는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8급 기능직 공무원이 벤츠 승용차를 타고, 아파트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을 주위에 설명해야 했다.

결국 발각된 사실은 혀가 내둘릴 정도로 기가 막혔다. 안씨는 2005년 5월부터 2008년 8월까지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26억4천400만원이라는 거액을 감쪽같이 빼돌린 것이다.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액수를 부풀리는 수법이었는데, 매월 700만원~9천만원씩 72차례에 걸쳐 그 돈을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안씨는 횡령한 돈을 본인과 부인, 모친 등의 명의로 5개 계좌에 분산 입금해 관리했다.

장애인 보조금 수당이 등급별로 3만~20만원씩 차등 지급되고, 자치구별로 개인별 지급액이 아닌 총액만 서울시에 일괄 신청하는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같이 기상천외한 사실은 서울시가 이달 초부터 25개 자치구들이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복지 보조금의 지급실태를 일제히 조사하던 중 밝혀졌다.

양천경찰서는 17일 안씨에 대해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양천구는 횡령 사실이 적발된 지난 12일 안씨를 직위해제하고 안씨와 가족 명의로 된 은행계좌에서 16억원을 환수했다.

양천구는 또 안씨 소유의 부동산을 압류하는 등의 방법으로 안씨가 횡령한 공금을 추가 환수하기로 했다.

구는 안씨가 횡령한 시기에 관리.감독을 맡았던 계장.과장급 직원 8명에 대해서도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사 인력을 총동원해 전 자치구를 대상으로 유사사례가 더 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말 부산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생계비를 횡령한 사건이 발생한 뒤 오세훈 시장이 각 자치구에 긴급 점검을 지시해 이뤄졌다.

디지털 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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