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새삼 그리운 아빠와의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폭력.본드흡입등 10대들의 그릇된 행동에 슬픔을 느낀다.

지난 10대 시절을 회상하면 나 역시 그들처럼 근본적으론 비슷한 문제를 안고 방황했었다.

몇 번이나 자살하고 싶은 충동에 몸부림쳤고, 시험의 압박감에 잠을 설쳤다.

성에 대한 호기심과 무지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 적도 있다.

이런 과거를 잊고 어른들의 시선으로만 10대들을 보고있는 것은 아닌지… 나 스스로 조심한다.

나는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가 무엇보다 10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방황하던 때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부모와의 솔직한 대화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었다.

부모와의 대화가 좀 더 많고 길었더라면 더 나은 어른이 됐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아직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고 그들의 생각을 알아내고자 노력한다.

난 아이들이 커서 자기 의사를 말하고 쓸 줄 알게 되면 우리들만의 비밀상자를 만들 것이다.

열쇠는 단 한 개 (엄마용) .아이들 방의 문 옆에 이를 매달아놓고 아이들이 고민이나 부모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편지를 써서 집어넣게 하는 것이다.

나만이 그 문을 열 수 있으므로 비밀을 지켜주고 언제든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빠는 우리 남매가 서로 싸우면 뒷산으로 데리고 가셨다.

크게 소리지르며 서로 실컷 말하게 한 후 아빠는 말씀하셨다.

"이젠 속이 후련하냐?" "결정은 너희들이 해야 한다.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처럼 인생의 절반이상을 후회하며 살지 않길 바란다.

" 지금 난 지나간 10대 시절이 그립다.

아빠와의 대화가 힘겨운 10대 시절을 지탱해 주었고 난 고통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사랑은 실천이다.

세상의 부모와 자식들은 서로 말하고 싶어 한다.

우리 모두 청소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관심을 갖자! 우선 자식들의 삐삐번호를 알아놓고 음성녹음을 통해 신세대 부모님답게 대화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무더운 여름, 지쳐있는 10대들에게 어른들의 사랑의 단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정희정〈서울서대문구북가좌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