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병역 유감' 표명 이후의 정국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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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두 아들의 병역문제로 위기를 맞은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는 오랜 고뇌끝에 "법적 하자는 없지만 송구스럽다" 는 정치적 매듭의 수 (手) 를 던졌다.

그리고 3일의 대 (對) 국민 유감표명으로 병역문제가 봉합돼 기세 (氣勢) 를 회복하길 바라고 있다.

그는 기조발언에서 이 고통스런 터널을 탈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그는 "이제는 나라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정책제안과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 라고 호소했다.

이후 당직자들은 대부분 "대표가 병역면제 사유와 면제에 대한 송구스러움을 밝혔으니 야당이 뭐라 하든 이제는 국민의 이해를 기대하고 우리의 갈 길을 갈 것" 이라고 했다.

실제로 李대표는 그동안의 태도와 달리 이날은 여러 차례 유감을 표했다.

그는 "자식이 군대에 갔다가 되돌아온 것이 무슨 자랑스러운 일" "우리의 장병에게 무슨 변명과 무슨 해명을 하겠습니까" 같은 겸손한 표현을 많이 구사했다.

물론 그는 병역면제의 진실에 대해서는 한 걸음도 후퇴하지 않았다.

오히려 '쟁점과 해명' 이라는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고 더욱 자세하고 적극적으로 고의가 아닌 자연감량임을 주장했다.

李대표측은 체중이 가벼운 집안의 내력까지 공개했다.

李대표의 모친은 32㎏이고 딸도 42㎏의 가벼운 몸이라는 것이다.

李대표의 유감표명으로 병역논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같다.

일단 李대표가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李대표측은 앞으로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측근의원들은 "많은 국민이 가지고 있는 오해나 의구심이 하루 아침에 풀릴 수 있겠느냐" 며 "李대표가 할 만큼은 했으니 앞으로 李대표가 정도 (正道) 를 걸으면 신뢰와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李대표의 유감표명에 대한 야당이나 적잖은 국민의 반응을 보면 이는 섣부른 기대인 듯하다.

국민들 사이에 폭넓은 공감대를 이룬 이런 호재중의 호재를 야당이 홀홀 던지지 않을 것도 한 이유다.

야당이 병역면제의 부도덕성을 입증할만한 자료를 확보하면 논란의 불길은 다시 거세질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분명한 자료가 없더라도 시비는 대선때까지 이어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당측이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제시하는 자료들이 사태진정에 별다른 효험을 못보고 "설령 법적 하자가 없더라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 는 지적이 힘을 얻는게 현실이다.

당장 3일 자민련이 유감표명을 깎아내리며 후보직 사퇴요구 공세를 계속했듯 야당은 병역문제를 이대로 지속시키면서 유사한 소재를 찾으려 애쓸 것이다.

李대표와 여권은 당정개편과 대선기획단발족같은 체제정비로 분위기를 바꾸려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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