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김선홍회장 왜 사표 거부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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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증이 첨부된 사표까지 요구하고 나선 채권단의 강공에 기아가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거리다.

더구나 시한부 최후 통첩이라는 점에서 기아의 시간벌기도 더이상은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로선 기아측도 한발도 물러설 기미를 찾기 어렵다.

지난달 28일 '각서' 라는 제목의 사실상의 경영권 포기각서를 金회장등 기아자동차 등기이사 21명의 연명으로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에 제출한 것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金회장이 지금 당장 물러날 수 없다고 버티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기아측의 설명은 ▶최대주주인 포드가 金회장에게 경영권을 위임했고 ▶인도네시아등 해외 11개국에 벌여놓은 해외프로젝트 추진과 관련해 金회장과 해당국 국가원수간의 약속이 있으며 ▶아시아자동차 광주공장 부지매각을 위해 金회장과 광주시가 직접 협상해야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아측이 경영진의 즉각퇴진을 거부하는 본질적 이유는 金회장이 퇴진할 경우 기아가 구심점을 잃게 되고 결국 채권단에 의해 제3자 인수가 추진되면서 그룹이 해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즉 현 경영진의 즉각 퇴진이라는 채권단의 요구는 기아의 매각을 위한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기아그룹의 한 사장은 "왜 채권단이 그같은 요구를 해오는지 모르겠다" 며 "스스로 회생할 기회를 안준다면 다른 사정이 깔려있나 살펴봐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채권단이 기아의 회생보다 제3자인수에 더 관심이 많은 것같다" 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기아는 金회장이 사직서를 내면 그 자체로 채권단이 하자는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분위기 쇄신으로 어느 정도 회생에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는 점도 버티기작전에 한몫 하고 있다.

지난달 실시한 자동차 할인특판으로 3천5백억원 가량의 현금을 다음달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수출과 내수 판매에 따른 할부원금도 매달 6천억원가량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자동차 노조가 벌이고 있는 1천억원 모금운동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에는 노조가 사모사채 신청금 2백2억원, 차량 할부금 일시납부금 2백66억원등 4백74억원을 모아 회사에 전달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이러한 점등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당초의 강공을 전혀 늦출 생각을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기본적으로 양쪽의 시각이 다르다.

채권단의 시각은 金회장체제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있을 뿐만 아니라 노조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다짐을 받아내기 전에는 회사갱생이 불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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