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되살아나는 山間취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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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피서객들의 발길이 산과 계곡을 메우면서 과거의 나쁜 버릇이 되살아나고 있다.

산간 취사의 '뻔뻔스런 부활' 이 바로 그것이다.

산간을 뒤덮는 불고기 냄새가 사라지면서부터 공기가 깨끗해지고 계곡 물이 맑아진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어느샌가 다시 밥을 짓고 고기를 구어 먹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렇게 되면 산은 다시 망가지고 물은 삽시간에 더러워진다.

소중하게 이룩한 자연보호의 정신이 하루 아침에 무너진다면 이처럼 허망한 일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산과 계곡을 찾는 시민은 취사 (炊事) 를 자제하고 단속임무를 띤 공무원들은 엄정한 법집행으로 오염행위를 막아야 한다.

산림법 100조의 2 제3항에는 '누구든지 산림안에서 불을 이용해 음식을 짓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산불예방을 주목적으로 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곡에서의 취사는 가능하다고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

취사도구를 갖고 입산하는 행위 자체가 일률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물가에서의 취사는 관대하게 봐주자고 피서객들은 주장할지 모르지만 반찬을 만들고 설거지하고 남은 쓰레기를 버리다보면 수자원은 그 근본부터 오염된다.

음식을 싸가면 취사를 안하고도 식사가 해결되는데 굳이 오염행위를 고집하면 안된다.

산간 취사가 되살아나는 것은 피서객의 자연보호 의식이 박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단야영을 막지 못하는 단속공무원의 태만 때문이기도 하다.

산 입구의 청소년수련원 등 야영이 허락된 곳을 이용하도록 적극적인 계몽활동이 필요하다.

법이 무시되고 단속이 허술해지고 질서가 파괴되는 일련의 사회현상을 정권 말기적 현상 운운하며 아무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말할 필요는 없다.

산과 숲이 잘 보전되고 물이 오염되지 않으면 생태계 파괴가 지연되고 그 덕택에 우리는 소득 1만달러에 걸맞는 풍요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삶은 음식을 지지고 볶는 즐거움을 집안으로 국한시키는 조그만 일부터 실천할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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