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人災'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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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사람들이 갈수록 무서워져요" 서대전 네거리 (대전시중구문화동)에 있는 중부권 유일의 조류사육장은 요즘 치료를 위해 몰려드는 환자 (?

) 로 북새통이다.

사육장은 당초 대전중구가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92년말 조성, 현재 32종 1백84마리의 동물을 기르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사람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동물이 늘면서 6백여평 규모의 사육장은 여유 공간이 전혀 없다.

올들어 지금까지 이곳에 '입원' 한 동물만도 고라니.너구리.왜가리등 20여 마리. 지난해 15마리에 비해 30%나 늘었다.

이들중에는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와 큰 소쩍새 (324호.사진) 등도 있다.

입원한 동물의 70%는 자동차가 과속하기 쉬운 대전 외곽등에서 부상한 경우. 나머지는 농약이나 사냥꾼의 총에 맞아 다친 동물이다.

지난 7일에는 교통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고라니 한마리가 들어와 며칠간 입원해있다가 확실한 치료를 위해 서울의 한 동물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들 동물들 대다수는 완치돼 퇴원하고 지금은 솔부엉이등 6마리가 남아 있다.

식구가 늘면서 사육장 관리소측에도 고민거리가 생겼다.

사육장 운영비가 절대 부족한 점이 바로 그 것. 연간 1천만원인 운영비로는 1주일에 5만원어치의 닭고기등을 먹어치우는 부엉이나 왜가리등의 뒤치다꺼리를 하기가 벅차다.

사육사 윤영진 (30) 씨는 "새 식구가 늘면서 올 예산이 이미 거의 바닥" 이라며 "시민들이 사라져가는 야생동물 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대전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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