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市예산 5% 투자 교육 명품도시 꿈꾼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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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12면

지난달 5일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내 용인외고 교정. 방학 중이었지만 150여 명의 초·중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인근 경기도 광주시의 초등 5~중 2년생. 광주시가 주최한 겨울방학 영어캠프에 참여하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17일까지 12박13일 동안 기숙사에 머물며 영어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1인당 130만원가량인 비용 중 학생들이 낸 돈은 30만원가량이었다. 나머지는 광주시가 부담했다. 저소득 가정 출신 학생 32명은 전액 무료 혜택을 받았다. 광주시는 이 캠프를 위해 2억원가량을 댔다.

지방자치 패트롤 조억동 경기도 광주시장

경기도 광주시가 ‘교육도시’를 꿈꾸고 있다. 2007년부터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시 예산의 5%를 교육경비로 지원하고 있다. 2006년 취임한 조억동(53·사진) 시장이 ‘인재 양성 교육도시’를 시정목표로 내세우면서 펼치고 있는 정책이다. 다른 기초자치단체의 교육예산은 전체 예산의 3%에도 못 미친다.

이 덕분인지 광주시는 최근 교육과 관련된 자랑거리가 많이 생겼다. 지역 내 36개 초·중·고교에 원어민교사를 채용하는데 도움을 주고, 학교 시설이나 급식 제공 등에도 지원금이 이용된다. 집안 사정이 어렵지만 학업이 뛰어난 학생들을 위해 ‘광주시민장학회’도 만들어 최근까지 기금목표액 100억원 중 절반을 모금했다. 이 기금으로 지난해까지 700여 명의 학생에게 총 8억300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광주시는 교육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인구는 24만 명에 이르지만, 인문계 고교는 단 두 곳이었다. 나머지 3곳은 실업계와 인문계가 같이 있는 종합고였다.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긴 하지만 명문고라고 내세울 곳이 없었다. 간혹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은 서울이나 분당 등 타 지역 고교로 진학했다.

광주하남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2003년까지만 해도 광주시내 고교를 졸업한 학생이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는 경우는 한두 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랬던 광주시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광주중앙고 졸업생 가운데 2007년부터 소위 ‘SKY’ 또는 명문대로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합격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광주중앙고 구승환 교감은 “광주시에서 연간 5000만원 이상씩 예산을 지원해 주고 명품 학교 만들기에 나서면서 학교가 변하고 있다”며 “이제는 성남 등 외지에서 거꾸로 광주시내 고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에는 제대로 된 도서관 하나 없는 광주시에 755석 규모의 열람실을 갖춘 시립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올해 말에는 오포읍과 실촌읍에 각각 공공도서관이 생겨난다.
광주시가 교육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데는 조 시장의 개인적 아픔이 크게 작용했다. 조 시장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1975년 당시 광주군 유일의 고교인 광주종합고(현재 광주중앙고)를 졸업했다.

조 시장은 “그땐 가정형편도 어려웠지만 공부하는 분위기도 안 됐다”며 “어릴 적부터 자라온 고향에서 시의원을 거쳐 시장이 되면서 열악했던 고향의 교육환경을 바꿔 교육명품 도시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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