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경찰 문건으로 ‘용산 3연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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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10면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11일 본회의에서 한승수 총리에게 ‘청와대 문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11일 본회의에서 제기한 의혹도 용산 참사의 새로운 단면을 드러낸 ‘적시타’였다. 김 의원은 이날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경찰청 홍보담당관실로 ‘용산 참사가 촛불시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호순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문건을 보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결국 13일 “청와대 행정관이 보낸 e-메일이 맞다”며 해당 행정관에게 구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용산 저격수’ 김유정 의원이 3연타를 날린 것이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

용산 참사 당일 경찰의 행적을 집요하게 추적한 ‘김유정 표’ 팩트 추적의 첫 번째 성과는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 행안위 긴급회의에서 나타났다. “위험물이 있는 줄을 알고도 진압계획을 승인했느냐”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질문에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보고만 받았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김 청장에게 청장 본인의 사인과 위험물 현황이 들어있는 진압계획서(작은 사진)를 건네며 “누구 사인인지 (직접) 보시고 답변하라”고 했다. 김 청장은 결국 “제가 사인한 것이 맞다. 최종 승인했다”고 시인했다. 당일 오전 2시30분까지 서울경찰청을 독촉해 받아낸 자료가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된 것이다.

두 번째 성과는 참사 당일의 경찰 무전 녹취록 공개였다. 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23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무선통신 내용을 확인한 결과 용역업체와 무관하다던 경찰의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일인 20일 오전 6시29분에 ‘용역 경비원들이 해머 등 시정장구를 솔일곱(지참)하고 우리 병력 뒤를 따라 3층에서 4층 그 시정장치 해제를 진중(진행중)입니다’라고 무전보고했다는 것이다. 강기정 의원실에서 서울경찰청에서 받은 경찰 무전 녹취 파일을 자세히 분석해 밝혀낸 것이었다. 마침 경찰기동대로 군대를 다녀온 수행비서가 경찰의 은어까지 풀어냈다. 경찰은 결국 “무전 내용은 맞지만 상황을 오인하고 보고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가장 파장이 컸던 청와대 문건 공개는 제보로 시작됐다. ‘믿을 만한 관계자’로부터 문제가 된 e-메일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타이핑한 자료를 받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문건을 내밀며 폭로하는 대신 총리에게 의혹을 해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석기 당시 서울청장이 직접 서명한 경찰의 진압 계획서.

“서울청에 확인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여러 정황이 너무 확실해 3~4일 고민했지만 진본이 아닌 걸 공개할 순 없었어요. 그래서 총리에게 조사하도록 요청한 겁니다. 잠도 못 자고 고민했어요. 야당이 ‘근거 없는 폭로’라는 말로 얼마나 매도당하나요.”

초선 비례대표인 그가 ‘팩트 정치’를 지향하면서 두려움도 컸다.
“팩트로 승부하면 무섭죠. 만약 사실이 아닐 경우 저뿐만 아니라 우리 민주당까지 한번에 무너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경찰 무전 내용도 얼마나 듣고 또 들었는지 몰라요. 하지만 진실일 경우 그 힘은 강력하죠.”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안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사실부터 파고드는 것이 국회의원의 기본 자세가 아니겠느냐고 김 의원은 말한다. 11일 본회의에서도 그는 이미 공개했던 경찰 무전 녹취 파일을 일주일에 걸쳐서 다시 풀어 새로운 연결 고리들을 밝혀냈다.

“사람들이 제가 무슨 CSI 과학수사대인 줄 아는데(웃음) 다 서울경찰청에서 공식적으로 준 자료들이에요.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꼼꼼히 따져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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