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18년간 전통 황칠 연구 홍동화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1백년이 지나도 변치않는 은은한 금빛의 황칠이 좋아 평생을 황칠재현에 바치고자 합니다" 삼국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비의 황칠 (黃漆) 을 되살리고자 18년간 황칠나무와 함께 해온 홍동화 (洪東和.52) 씨는 황칠뿐 아니라 옻칠등 각종 자연칠의 전문가다.

황칠은 삼국시대부터 나무.헝겊.금속등에 칠해 은은한 금빛을 내는 것은 물론 독특한 향을 발산시켜 몸에도 좋은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료가 되는 진은 황칠나무로부터 나오는데 락카.카슈 (나전칠기에 칠하는 화학칠) 등 화학염료가 발달하면서부터 경제성이 없어져 일제때부터 맥이 끊겼다.

고등학교를 졸업한후 장안의 내로라하는 칠 전문가였던 백선원선생을 4년동안 매일 찾아 통사정한 끝에 옻칠을 배우게 된 洪씨는 그로부터 "삼국시대때부터 내려온 황칠이 칠중의 칠이지만 황칠나무도 찾을 수 없고 맥이 끊긴지 오래" 라는 말을 듣고 황칠나무에 대한 문헌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황칠나무가 전남지역에서만 자란다는 것을 알고 지리산.완도.보길도를 8년정도 헤맨끝에 87년 드디어 전라남도 완도에서 주민들 사이에 '황철나무, 상철나무' 라고 불리던 황칠나무를 발견하게 됐다.

이미 송진.옻진등 각종 나무의 진을 채취하는데 전문가였던 洪씨는 이때부터 갖가지 방법으로 황칠나무의 진을 따는 시도끝에 황칠진을 부채.나무.금속에 입히는 방법을 터득했다.

"황산.염산에도 변하지 않고 노력을 들이는대로 아름다움이 그대로 나타나는 황칠은 발효작용을 하는 살아있는 칠이라 그만큼 생물을 다루듯 조심해야 한다" 고 洪씨는 말한다.

진을 여름 한철만 채취할 수 있는데다 한번 칠하면 일주일간 직사광선에 말리고 7~8번을 칠해야 하기 때문에 일년에 서너 작품밖에 만들지 못한다.

최근 서울시로부터 황칠연구비 1천5백만원을 지원받기도 한 洪씨는 "황칠을 삼베등 헝겊과 종이에 칠해 황칠가구를 재현하고 황칠나무를 널리 심는데 모든 노력을 다 바치겠다" 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