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 MB ‘현장·식탁 정치’로 국정 드라이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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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발길은 주로 두 곳으로 향한다. ‘현장’ 아니면 ‘식탁’이다. 집권 2년차를 맞아 ‘속도전’과 ‘비상경제정부’를 선언한 뒤 직접 현장을 찾는 ‘현장정치’가 한 축이다. 다른 한편 청와대로 사람들을 초청하는 ‘식탁 소통’에 부쩍 시간을 쏟는다. 물론 각각의 행보엔 이유가 있다.

◆현장정치=이 대통령의 현장정치는 이달 들어 특히 활발하다. 12일 덕성여중 방문이 2월의 네 번째 현장 행보였다. 이달 들어 사흘에 한 번 꼴로 현장을 찾은 셈이다. 연초 정례 일정에 개각과 설 연휴까지 겹쳐 주로 청와대에 머물렀던 지난달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같은 ‘전략 수정’을 통해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노리는 효과는 공직사회의 발상 전환이다. 청와대 공보라인 관계자는 “신빈곤층 구제를 위해선 공무원들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롭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이 대통령은 바로 현장에서 이런 점을 강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5일 129콜센터를 방문해 “한 모녀가 헌 봉고차가 한 대 있어 그것 때문에 (기초)수급대상자가 안 된다고 한다”고 기존 제도의 허점을 질타했다.


대통령의 현장 행보엔 비상경제정부의 심장인 비상경제대책회의 운영에 대한 문제 의식도 깔려 있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이 회의체는 아직 피부에 와 닿는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회의실이 지하벙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었다. 일각에선 “비 오는 줄도 모르는 비상회의”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런 비판을 극복하기 위한 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식탁정치=지난달 15일부터 한 달여간 공개되거나 비공개였지만 추후 알려진 이 대통령 주최의 청와대 조·오·만찬은 모두 여덟 차례였다. 나흘에 한 번 꼴로 청와대로 사람을 불러 밥을 먹은 셈이다. 이 중 2일에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초청 오찬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특히 경선 맞수였던 박근혜 전 당 대표의 생일에 열린 오찬에서 이 대통령은 생일 케이크를 마련하기도 했었다.

또 대통령은 한나라당 중앙위·청년위 등 대선 당시 공조직은 물론 선진국민연대 등 외곽지지 조직도 불러 만찬을 갖고 있다. 이런 대형 만찬에 초대돼 대통령을 본 이는 한 달간 1000여 명에 달한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여권 인사는 “집권 2년차에 ‘보수개혁’을 본격 실시하려는 이 대통령은 여당을 포함한 자신의 지지기반부터 먼저 다질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최근 잦아진 대통령의 식탁정치는 2년차 국정 드라이브를 위한 ‘집안단속용’”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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