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입 사회적 합의로” … 자율화 간섭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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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에서 3불(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 폐지를 포함한 완전 자율화 일정이 2013학년도로 넘어가게 됐다. 당초 대학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3단계 자율화 계획에 맞춰 2012학년도부터 다양한 입학 전형을 실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교과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2012년(2013학년도) 이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완전 자율화를 추진하겠다”며 자율화 일정에 선을 그었다. 2013학년도는 현재 중 3이 대학에 가는 시점이다.

교과부는 현재 대입 업무에서 손을 뗀 상태다. 대학 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에 업무를 이관한 것이다. 그런데도 교과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자율화를 언급하면서 정부가 대입에 다시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과연 자율화 의지가 있느냐”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제동 걸린 대입 자율화=대학총장들은 본지를 통해 2012학년도 입시 방향을 잇따라 내놨다. 연세대가 수시모집에서 대학별 고사만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고려대는 수능으로 모집인원의 5배수를 선발한 뒤 추천 전형 등으로 뽑는 방안을 각각 제안했다. 성균관대는 수시모집에서 계열별 고사를 보고, 한양대는 모집정원의 3분의 1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을 계획도 밝혔다. 이들 대학 중 어느 곳도 “3불을 폐지한다”고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교과부 엄상현 학술연구정책실장은 13일 “일부 대학이 2012학년도부터 대입 완전 자율화가 추진된다는 잘못된 인식에 기초해 입시안을 발표해 혼란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과부는 완전 자율화 시점인 2013학년도까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협의체를 제안했다. 대학총장, 시·도교육감이 참여하는 ‘교육협력위원회’를 조만간 구성하고 교과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교과부는 의원 입법으로 제출된 대교협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은 대교협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으며 대학, 시·도교육감, 교사, 교과부 등이 참여하는 대입 협의체를 구성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교과부의 대입 개입 우려=일부 사립대 관계자는 안 장관 등 교과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A대 입학처장은 “고1 학생들에게 사전에 입학 계획을 알리려는 대학의 노력에 대해 교과부가 3불 폐지로 규정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다른 입학처 관계자도 “일관되게 3불을 유지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교과부가 ‘교육협력위원회’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양대 오성근 입학처장은 “대학 자율화가 점점 후퇴하는 느낌이 든다”며 "위원회에 교과부 인사가 참여하면 대학이 교과부의 눈치를 보거나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강홍준·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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