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이만난사람]올해 '정보가족' 선정된 허용호씨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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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보문화센터가 올해 '정보가족' 으로 선정한 허용호 (許容浩.41.한국오라클이사) 씨 가족을 만나러가면서 우리사회에 뿌리깊은 오해 하나가 떠올랐다.

정보화가 진전되면 조직이든 가정이든 가상공간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구성원간에 정이 없어지고 무미건조해질 것이라는 점. 그러나 이들 정보가족과 대화하면서 그것은 말그대로 오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 만나면 싸우고 토라지곤 하던 애들이 컴퓨터를 배운 후로는 그렇게 달라질 수가 없어요. 같이 게임을 하며 깔깔거리고 서로 아는 소프트웨어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즐거워 하더군요. " 정보가족의 안주인 이영순 (李英順.41.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 컴퓨터시스템 부장) 씨의 말이다.

許씨 가족은 지난달 정보문화의 달을 맞아 정보가족으로 선정됐다.

許씨 부부는 물론 어머니 조순애 (曺順愛.63) 씨.두 딸 민재 (旼在.14) 와 희재 (喜在.9) 등 모든 가족이 PC를 실생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집에 컴퓨터가 처음 자리를 잡은 것은 3년전. 許씨부부야 대학에서 같이 전산을 전공하다 결혼한 컴퍼스커플인데다 회사내업무가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들이니 PC 다루는 수준을 물어본다는 것은 실례다.

결국 내 관심은 할머니 조순애씨와 두 딸이 어느정도 PC에 능숙한 지였다.

두 손녀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PC에 몰입하는 것을 보고 궁금해 배우기 시작했다는 조순애 할머니는 PC를 "도깨비방망이 같다" 고 말한다.

PC통신으로 홈뱅킹과 홈쇼핑을 해보니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는 것. 최근엔 PC로 반상회보도 만들고 손자.손녀 일정관리도 해주는 준 (準) 컴도사수준에 들어섰다.

중학교 2학년생인 민재는 "PC로 환경미화작업은 물론 생일날 초대장발송 등을 처리한다" 고 말했다.

9살인 희재는 "일기나 동화를 PC로 작성하고 있고 지금은 가족독서신문을 만드는데 너무 재미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허용호씨집은 한국의 평균적인 가정의 정보화수준과 비교해서는 아주 앞서있는 경우다.

컴퓨터를 아는 사람들이야 "PC를 다루는 것이 별것 아니다" 라고 쉽게 말하지만 컴맹들에게 온통 영문투성이인 PC는 두려운 존재다.

자연히 화제는 컴퓨터교육문제로 돌아섰다.

李씨는 "최근 주위에 사는 주부들에게 PC업체에서 하는 무료컴퓨터교육이나 가정방문식 출장교육이 큰 인기가 있다" 며 "컴퓨터교사는 여성들이 했으면 한다" 는 견해도 밝혔다.

이 가족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충고는 별로 없었다.

가능하면 집에서 PC를 항상 켜놓으라는 것. CD롬으로 음악을 듣더라도 결국은 PC를 사용하는 것이고 PC의 유용성에 더욱 애정이 갈 것이라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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