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줄기세포 연구 다시 쑥쑥 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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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황 박사가 시도해 널리 알려진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가 줄기세포의 전부도 아니며, 지금 세계적으로도 극히 일부에서만 연구를 하고 있을 뿐이다. 포천중문의대의 이번 시도를 계기로 줄기세포의 현주소를 짚어 본다.

배아 줄기세포(원형)의 현미경 사진. 이 세포를 키워 치료에 이용한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제공]


◆주류는 배아·성체 줄기세포=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와 제일약품 조명수 박사팀은 지난해 파킨슨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도파민 신경 세포를 줄기세포를 이용해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1~2년 안에 임상시험을 한다는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 줄기세포는 수정란을 이용한 배아줄기 세포로 만든 것이다.

이 외에도 교육과학기술부 프론티어사업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소속 연구팀들은 배아 줄기세포로 당뇨병에 쓰이는 췌장세포, 혈관질환용 혈관내피세포, 척수손상 치료용 희소돌기아교세포 등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척수손상 환자 임상을 처음으로 허용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줄기세포를 이용, 각종 난치병 치료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세계 곳곳에서 살리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는 수천 개의 연구팀이 연구를 하고 있을 정도로 활발하다”며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박사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곳은 세계적으로 10여 곳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배아 줄기세포는 인체의 200여 가지 장기 세포로 커갈 수 있는 잠재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암 세포처럼 무한정 증식하고, 면역거부 반응이 나타나는 게 문제였다. 난자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윤리문제도 비껴가기 어려웠다.

면역거부 반응의 경우 줄기세포 은행을 만들어 수백 종류의 줄기세포 중에서 환자에게 가장 부작용이 적은 것을 골라 씀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황 박사 줄기세포’ 효용성 줄어=‘황 박사 줄기세포’는 이론상 면역 거부 반응 없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복제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박사의 논문 조작이 밝혀진 이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런 줄기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더구나 연구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거부 반응이 크다. 인간을 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난자를 사용하는 것 등의 윤리적인 문제가 크게 부각된 탓이다. 황 박사 줄기세포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역분화 줄기세포(iPS)가 2007년 처음 개발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연구 자체를 아직까지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허용된 테두리 안에서 연구를 해 난치병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분화 줄기세포 급부상=세계의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 선풍을 몰고 오고 있는 연구 분야다. 배아 줄기세포의 단점을 극복하고 체세포 복제배아에서 추구하려던 목적을 일거에 달성할 수 있는 줄기세포이기 때문이다.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제임스 톰슨 교수와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이 각각 2007년 말 개발에 성공했다. 그 이후 세계의 줄기세포 연구는 또 한번 요동을 쳤다.

피부 세포 등에 유전자 서너 가지를 집어 넣음으로써 배아 줄기세포와 같은 고성능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난자를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환자 자신의 세포를 쓰기 때문에 윤리 문제, 면역 거부반응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바라는 ‘꿈의 줄기세포’ 인 셈이다.

서울대 강수경 교수, 제주대 박세필 교수 등이 지난해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도 이 줄기세포 연구 열기가 한창 달아 오르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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