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하원 7890억 달러 경기부양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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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상원과 하원이 789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단일법안에 합의했다. 이는 10일(현지시간) 통과된 8380억 달러의 상원 법안은 물론 지난달 승인된 하원 법안 8190억 달러보다 크게 줄어든 규모다. 12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은 11일 협상에 참여한 상·하원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규모의 경기부양법안 단일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단일안은 12일 상원과 하원의 표결을 거쳐 수일 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받게 될 예정이다.

당초 상·하원이 단일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법안에 포함된 재정지출 액수가 너무 많다는 공화당 측의 반대가 거셌던 데다 세부 지출 내역을 두고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상·하원 의원들과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 등 백악관 실무자들은 10일 밤 늦게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결국 경기부양 액수를 줄여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의견을 수렴해 합의안 도출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지난 상원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던 중도성향 공화당 의원들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규모를 8000억 달러선 아래로 줄일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백악관 측은 의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된 학교 신축 예산과 주정부 지원 예산 등을 되살리는 데 주력했으나 결국 입장을 관철하지 못했다.

7890억 달러 가운데 세금 감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인 2820억 달러가 될 예정이다. 나머지는 고속도로 건설, 실업수당, 초고속 인터넷망 확충 등에 쓰이게 된다. 이번 법안에는 경기부양 사업에 자국 제품만을 쓰겠다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이 포함됐다. 비록 조항 내용이 상원에서 상당히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은행 임원에 대해 보수 제한을 두는 방안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못했다. AP는 “경기부양법안이 광속으로 처리되고 있다”면서 16일 ‘대통령의 날’ 이전에 법안이 발효되도록 하겠다는 당초 민주당과 백악관의 계획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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