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출금·송금·이체 … 증권사 계좌로 모두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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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르면 오는 5월부터 증권사도 은행처럼 직접 현금 입출금, 송금, 계좌 이체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증권사에도 고객을 대상으로 지급 결제 업무를 할 수 있는 길을 터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증권 계좌를 열면서 은행에 연계 계좌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다. 은행과 증권사 간에 월급통장을 끌어오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자연히 각종 수수료도 내려가고 서비스는 보다 다양해질 전망이다.

-증권사에 허용된 지급 결제가 뭔가.

“현금을 쓸 경우 돈만 주고받으면 거래가 끝난다. 하지만 어음, 수표, 신용카드, 계좌 이체 등은 그렇지 않다. 금융사들이 전산망을 통해 서로 줄 돈과 받을 돈을 계산해 이를 결제해야 마무리된다. 이 지급 결제에는 개인·기업과 금융사 간 자금 거래인 소액 결제, 금융사 간 거래인 거액 결제 등이 있다. 소액 결제는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그간 이를 쓸 수 있는 곳은 시중은행과 상호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이었다. 하지만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사도 멤버로 참여하게 됐다. 증권사들은 당초 자통법 시행과 함께 소액 결제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결제시스템 참가비를 얼마나 낼 건가를 놓고 은행권과 증권업계가 신경전을 벌이는 바람에 시행이 다소 늦어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뭐가 달라지나.

“불편은 줄고 선택의 폭은 늘어난다. 증권사는 그간 제휴 은행에 개설한 연계 계좌를 통해 입출금 등 서비스를 해왔다. 그러다 보니 다른 금융사와 자금 이체, 신용카드 결제 계좌 사용 등에 제한이 따랐다. 하지만 증권사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지급 결제를 하게 되면 이런 불편은 사라진다. 이미 은행 예금통장의 맞수로 등장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더 강력해진다. 은행 통장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편리성까지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주거래 계좌를 지키려는 은행과 이를 뺏어오려는 증권사 간의 정면 대결도 예상된다. 아파트 단지 상가나 교통 요충지에 은행과 증권사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나란히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수수료 인하 경쟁도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증권사 차별성이 사라지나.

“그렇지 않다. 예금을 받고, 돈을 빌려주는 은행 고유의 기능은 여전하다. 또 은행예금과 달리 증권사 상품은 종금형 CMA 외에는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주거래 계좌를 어디로 둘지 결정할 때는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투자 상품에 관심이 많고 금리에 민감하다면 증권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큰돈을 대출받아야 한다면 은행에 주거래 계좌를 유지해 우대금리를 받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접근성에서는 아무래도 은행이 증권사를 앞선다. 국내 모든 증권사의 지점 수를 합쳐도 1760개지만, 국민은행 한 곳의 지점만 1200개에 육박한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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