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위를 이기는 지혜

연일 지독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장마가 여느해보다 일찍 끝나면서 1주일 이상 계속되고 있는 찜통더위로 전국이 한증막처럼 달아오른 상태다.

한밤중에도 잠을 이루기 힘든 열대야 (熱帶夜) 현상 등 체감고통이 작지 않은 가운데 재산과 인명피해까지 속출하고 있다고 하니 기상현상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냉방기기의 과다사용으로 정전 (停電) 사고와 화재가 빈발하고 있으며, 익사와 선풍기질식사가 잇따르고 있다.

무더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므로 자칫하면 피해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모두가 더위를 슬기롭게 이기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우선 요구되는 것이 공동체의식이다.

전력수요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잇따르고 있는 정전사고는 시민들이 조금씩만 협력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시민들은 나만 시원하면 된다는 식이다.

서울 강남의 어느 아파트단지에서는 집집마다 에어컨을 쉴 새 없이 가동시켜 과부하 (過負荷) 위기가 닥치자 관리사무실에서 자제해줄 것을 방송으로 요청했으나 변화가 없자 일부러 단전시킨 예까지 있다고 한다.

이 무더위에 어느 누가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시민 각자가 실내온도를 조금만 높이고 에어컨 가동시간을 줄이면 전체가 암흑 속에서 땀을 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더위를 피하려다 인명과 재산을 잃는 인재 (人災)가 없도록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요즘처럼 하루 내내 비지땀이 흐르는 더위 속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의력도 산만해지기 쉽다.

따라서 산업재해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공사현장이나 공장 근로자들의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선풍기를 켠 채 잠들거나 앞뒤 가리지 않고 물에 뛰어드는 등 더위를 피하려다가 생명을 잃는 원시적인 사고는 없어야 하겠다.

무더위가 계속되면 불쾌지수가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인내심을 잃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게 마련이므로 하찮은 일로 다투고 주먹다짐까지 하는 일이 잦아진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지혜다.

이럴 때일수록 남의 사정을 먼저 헤아리는 양보심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마침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교통체증과 피서지의 무질서행위도 극심할 때이니 나부터 행락 (行樂) 질서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시민의식을 보여주기 바란다.

나 때문에 남을 더 덥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