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보수대연합으로 국면탈출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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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예산쇼크' 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민련의 움직임이 다급하다.

자민련은 일단 이번 선거패배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면서도 "독 (毒) 보다는 약 (藥) 이 됐다" 는 자성 (自省) 의 판단을 하고 있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의 진로를 다시 한번 숙고하고 전략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25일 오전 실국장회의에서도 "빨리 당을 추스려야 한다" 는 의견과 "괜히 호들갑떨 필요가 없다" 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결국 전자 (前者) 쪽이 우세했다.

당내에서는 "김종필 (金鍾泌) 총재가 대통령후보가 된 이후에도 그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는 자성 (自省) 론이 다시금 대두하면서 예산재선거 결과를 이와 연관시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당내에는 '탈출구' 가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다.

"다른 당과는 상관없이 우리 길을 가야할 것" (姜昌熙사무총장) , "여권내부동향을 주시하며 우리에게 유리하게 엮어 나가야할 것" (安澤秀대변인) , "이번 패배를 계기로 더욱 후보단일화에 치중해야할 것" (朴哲彦부총재) 등 가양각색이다.

어쨌든 자민련은 일단 내부분열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판단하에 당장 다음 주초에 金총재의 집권시나리오를 집행하는 '대선기획위원회' 를 공식 발족시킨다.

또 지방일정을 대폭 늘리고 각종 직능단체와의 접촉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런 저런 이벤트를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金총재는 그동안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줄곧 "보수대연합은 대선전에 이뤄지기 힘들다" 고 했다.

그러나 金총재는 25일 아침 이수성 (李壽成) 신한국당고문과 청구동 자택에서 조찬을 같이한후 가진 간담회에서는 "JP - TJ (朴泰俊) - SS (이수성)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는 질문에 "조금 지켜보라" 고 한껏 여운을 남겼다.

이한동 (李漢東) 신한국당고문과도 23일에 이어 24일 또다시 전화통화를 했고 26일 청구동에서 조찬을 같이하기로 했다.

박태준 포항북보선 당선자와도 다음 주중 회동이 예정돼 있다.

金총재는 '공격이 최대의 수비' 라는 방법을 통해 국면탈출에 나서려는 판단을 한 듯하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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