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아사태 관련 대우 김우중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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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우중 (金宇中) 대우그룹 회장은 "기아사태는 은행단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부도유예를 받은지 열흘 남짓된 시점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 고 말했다.

金회장은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서귀포에서 열리고 있는 최고경영자 세미나에 참석한뒤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아사태를 자동차산업 전체의 문제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 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우자동차의 오너이기도 한 金회장의 이같은 견해는 24일 정몽규 (鄭夢奎) 자동차공업협회장 (현대자동차 회장) 이 본지와의 회견에서 "자동차업계가 붕괴위기를 맞고 있으며 기아사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고 말한 것 (본지 7월25일자 25면 참조) 과 상반된 것이다.

다음은 金회장과의 일문일답.

- 기아사태는 어떤 식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보는가.

"기아사태는 개별기업의 경영상 문제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더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 금융권이 갖고 있는 문제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일은행의 경우 부실채권이 올연말까지 1조원대에 이른다고 하니 심각한 상태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기아사태는 우선 금융권이 주도적으로 해법을 찾는게 순리다.

정부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본다." -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기아사태를 우리나라 자동차업계 전체의 문제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공급과잉이라고 하지만 세계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예를들어 중국이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들어서면 미국이나 유럽전체의 자동차수요와 맞먹는 시장이 된다.

이같은 잠재시장들을 개척해 나가면 문제될 것이 없다."

- 한보를 시작으로 진로.대농.기아의 부도유예로 이어지면서 우리경제가 침몰하지 않느냐는 위기론이 나오는데.

"언론에서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한보의 경우 정치적 사건으로 봐야하고, 삼미나 진로.대농등은 이미 4~5년전부터 어려움이 있어왔고 어느정도 예견된 사건이었다.

이를 나라경제 전체의 위기로 단정한다는 것은 성급하다.

만약 누가봐도 경영상태가 건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 쓰러진다면 그때서야 우리경제가 파국으로 간다고 진단해도 늦지 않다."

- 그렇다면 우리경제의 현실이 어떻다고 보는가.

"최근 진행되는 노사 임금협상에서도 5~6%의 임금인상률 요구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어렵다고 하면서 어떻게 이정도 수준의 임금인상 얘기가 나올 수 있는가.

노조에서 먼저 '임금을 10% 정도 깎자' 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돼야 비로소 국민전체가 공감대를 형성, 우리경제는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대우가 해외에서 20개의 지주회사를 만든다는데. "해외지주회사를 통해 세계경영의 틀을 다질 생각이다.

연내 설립될 해외지주회사에 대우그룹의 중역 1천2백명중 6백여명을 순차적으로 내보낼 생각이다."

서귀포 =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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