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 이후 외국인주식투자 열기 식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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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기아사태 이후 국내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 5월2일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20%에서 23%로 확대된 이후 이달 중순까지 외국인들은 매수액이 매도액보다 많은 순매수포지션을 거의 매일 취해왔으나 지난 15일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이 발표된 뒤로는 상황이 거꾸로 변했다.

기아사태가 불거진 다음날인 지난 16일 외국인들은 무려 1백2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선 뒤 쌍용그룹의 자금악화설이 나돈 22일 이후엔 줄곧 매도 일색 분위기다.

이에따라 기아사태 이후 24일까지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판 금액은 사들인 금액보다 1백77억원 (잠정치) 많았다.

23일의 경우 대기업 부도우려에 따른 불안심리를 반영해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내다팔았고 증권.중공업.화학등의 업종도 매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이후 기아사태 직전까지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 유입규모가 1조9천여억원에 달했고 주식을 순매도한 날도 5월8, 15, 17일과 6월20일등 나흘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주식 '사자' 열기가 뜨거웠던 점에 비춰 투자전략이 바뀐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증권사 국제영업통들은 "원래 7월중순이후 한달간 여름휴가철에 들어가면 외국인 투자가 뜸한 편이지만 이처럼 '팔자' 분위기가 확산된데는 기아사태와 그 이후 일련의 대기업 부도설이 크게 작용했다" 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강창희상무는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국내 우량주들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매수세가 사그러들었다고 속단하긴 이르다" 면서 "기아사태의 후유증과 각종 부도설, 이에 따른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빨리 진정될수록 외국인의 관망자세도 빨리 가실 것" 이라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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