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영화 '마르셀의 여름', 소년의 우정과 가족애 넘치는 감동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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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어린 시절 추억의 색깔이 누구나 다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감독 타비아니형제의 '빠드레 빠드로네' 의 실제 주인공인 언어학자 가비노 레다의 어린 시절은 폭압적인 아버지에 의해 멍이 든 회색이었다.

그러나 8월2일 개봉되는 프랑스영화 '마르셀의 여름' (원제 La Gloire de Mon Pre:나의 아버지의 영광) 이 그려내는 마르셀 파뇰 (1895~1974) 의 어린 시절 추억은 따스하고 정이 넘친다.

초록과 노랑이 조화를 이룬 듯 산뜻하고 따스한 빛깔이다.

우리가 잘 아는 '마농의 샘' 의 원작자인 파뇰은 희곡작가.소설가.영화감독으로 프랑스 문인 최고의 영예인 프랑스 아카데미의 회원이었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출신인 그는 말년에 서정과 유머가 넘치는 회상기 '어린 시절의 추억' 을 썼고 이를 토대로 이브 로베르감독이 만든 작품이 '마르셀의 여름' 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과 자신의 탄생을 알리는 마르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특히 마르셀과 아버지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면서 전화기.재봉틀.전구.사진등의 발명으로 문명이 가져올 이익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있던 20세기초의 사회상이 세밀한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마르셀의 아버지 조제프는 교사다.

20세기를 희망차게 전망하는 그는 종교를 부정하는 무신론자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장에 갈 때 교실에 맡겨져 학교가 세상의 전부인 마르셀에게 아버지는 전지전능한 존재다.

그러나 함께 살던 노처녀 이모가 부자공무원에게 시집가면서 마르셀의 아버지는 '경쟁자' 를 맞이하게 된다.

독실한 카톨릭신자인 이모부와 아버지는 자주 논쟁을 벌이곤 한다.

어느 해 여름 마르셀의 가족과 이모가족은 고향인 프로방스 근교의 한 농장으로 휴가를 떠난다.

여기에서 마르셀의 "평생 못잊을 아름다운 추억" 이 시작된다.

토박이 소년 릴리와의 우정은 그에게 자연에 관한 눈을 뜨게 해주지만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신' 에서 '인간' 으로 격하되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의 세계에 눈떠 간다.

최신식 엽총을 지니고 사냥에도 일가견이 있는 이모부와 낡은 화승총을 메고 이모부에게 잔소리만 듣는 아버지의 사냥길을 몰래 따라 나선 마르셀은 아버지가 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휩싸인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고새 두마리를 잡고 의기양양해 한다.

마르셀은 그 자고새를 자랑하지 못해 안달하는 아버지에게서 '인간다움' 을 발견하고 더욱 큰 애정을 느낀다.

가족간의 따스한 정과 유머가 넘쳐 시종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동화같은 가족영화. 마르셀 파뇰의 예술적 영감이 자연과 따스한 인간관계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영화사상 최다관객을 동원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92년 샌프란시스코 국제가족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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