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20일만의 균열 시민들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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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백10억원이나 되는 주민 혈세로 건설한 안양 박달우회도로 고가교가 개통 20일만에 부실시공으로 균열사고를 빚은 것은 우리 건설현장의 병폐로 지적돼 온 안전불감증이 여전함을 입증해준 것이다.

더구나 하루 차량 2만~3만대가 이용하고 그 밑으로 수도권 대동맥인 경수산업도로가 지나는 고가다리가 붕괴위기에 처한 것은 앞으로도 삼풍참사와 유사한 사고가 얼마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줘 충격과 함께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1차 사고현장 정밀진단 결과 시공업체인 삼풍건설측은 규정된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토막철근을 사용하고 임의로 설계변경을 한 것으로 밝혀져 지금까지 드러난 사고원인만으로도 공사 관계자들이 얼마나 공사를 허술히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공사의 안전불감증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시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감독기관인 안양시의 책임 미루기식 어정쩡한 태도다.

안양시는 사고가 나자 "단순한 사고인데다 전면책임감리제를 도입, 시공한 것이어서 관리감독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뿐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하기야 지난 3일 박달우회도로 개통식장에서 문제의 교각을 시공한 삼풍건설측에 '성실시공' 에 대한 감사패까지 전달한 시정 (市政) 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문제의 심각성은 관할 안양시가 사고가 난 고가도로에 대해 부실시공등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지난 3일 개통식에서 이석용 (李奭鎔) 시장은 "시공기간이 3년9개월이나 걸린 이유가 뭐냐" "설계가 잘못돼 교통체증만 유발시키게 됐다" 는 등의 발언을 하며 짜증 (? ) 을 부렸었다.

이는 고질적인 공기지연과 이에 따라 여러가지 문제가 파생됐음을 알고 있었다는 암시가 분명하고 여기에는 부실시공에 대한 부분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사고발생 즉시 응급조치가 미흡했다는 점도 묵과할 수 없는 점이다.

사고장소와 안양시의 거리는 승용차로 3~4분, 뛰어 가도 10여분이면 족한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신고후 40여분 후에나 도로를 차단하고 차량을 우회시키는등 늑장을 부렸다.

다행히 이번 사고가 사전에 발견돼 참사는 막았지만 아직도 이 사회에 깊게 깔려 있는 안전불감증의 현장을 지켜보며 한심한 생각과 함께 안타까움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정찬민 수도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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