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기아티모르' 인도네시아 치캄펙 공장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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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자카르타에서 동남쪽으로 68㎞ 떨어진 치캄펙. 요즘 자카르타에서 이곳까지 출근하는 기아직원들의 세피아 (현지이름 티모르) 는 보통 시속 1백40㎞다.

길이 막히면 갓길 곡예운전이다.

현지에서는 보통 1년 잡아야 하는 공사를 9개월에 마무리하자니 마음이 바쁘다.

공사장 입구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약3백거리. 물류 (物流) 를 고려한 공장 입지로는 최적이다.

또 고속도로 옆에는 공장완공에 맞추기 위해 국도의 4차선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 입구 경비는 정복을 입은 군인이 맡고 있다.

건설현장 경비는 보통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이 이곳의 관례지만 국책사업인 만큼 인근 주둔군이 병력 30명을 파견해 경비를 맡고 있다.

바리케이드를 지나면 곧 2층짜리 4개동의 가설사무소. 기아에서 파견된 한국인직원 27명이 기아티모르 (KTM) 의 현지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에어컨때문에 창을 꽉 닫아놓았는데도 5백 떨어진 도장공장 공사장의 파일해머의 쿵쿵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사무소 2층에서 내려다본 22만평 공장부지의 첫인상은 '허허벌판' . 곳곳에 철구조물이 삐죽삐죽 박혀 있을 뿐이다.

안내를 맡은 KTM의 김종국과장이 눈치를 채고 설명해 준다.

"얼핏보면 벌판에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땅밑공사는 완전히 끝났다.

지금은 기둥.벽 세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체공정으로는 20%가 진행된 셈이다.

도어공장에는 이미 높이 8.5짜리 기둥과 지붕의 골조가 완성돼 있다.

" 본론을 꺼내 "기아그룹이 흔들리는데 이곳에 영향은 없느냐" 고 묻자 金과장은 예상했다는듯 "심리적으로 전혀 동요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사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고 잘라 말했다.

현장공사는 기산이 맡고 있다.

현장지휘를 맡고 있는 기산의 김재훈소장은 본사문제를 별로 걱정하지 않는 인상이다.

"자금.자재.하도급등 건설공사에 관련된 모든 결정권을 현장소장이 갖고 본사와는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

본사에는 진행상황만 보고한다.

자금도 이곳에서 받은 공사대금으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본사의 문제가 이곳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 金소장을 비롯한 기산.기아자동차 직원들의 봉급도 1백% 현지자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본사에서 봉급이 동결돼도 이곳에서는 정상적으로 지급받게 된다고 한다.

그것도 달러화 기준으로 받기 때문에 최근의 루피아화 약세에도 걱정이 없다.

국민차사업은 수하르토대통령의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에 차질없이 진행되리라고 낙관하는 분위기다.

물론 함께 공사에 참가한 현지 파트너 SAS나 티모르측 직원들이 신문보도를 보고 "본사는 어떠냐" 고 물어올 때면 심리적으로 불안한 마음도 든다고 한다.

그러나 본사 문제와 별도로 공사는 일정에 맞춰 착착 진행중이다.

또 공무원들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공정마다 관청에 들어가 받아야 하는 인.허가 사항이 많지만 급행으로 척척 해준다고 한다.

특히 내년 3월 대통령선거 전까지 어떻게든 시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수하르토대통령의 뜻이 워낙 강해 도중에 합작파트너를 바꿔 공기를 늦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기아측 설명. 수하르토대통령의 3남인 티모르그룹의 후토모회장도 최근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아로부터는 완성차가 아닌 기술을 사오는 것이므로 기아의 문제가 국민차사업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이라고 단언했다.

현지에서 기아티모르와 거래중인 외환은행 현지법인 관계자도 "티모르측에서 정부간의 신용문제가 걸려 있으므로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며 "기아본사의 부실이 이곳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치캄펙 =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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