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아사태 정부개입' 이회창 대표 발언놓고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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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대통령후보가 24일 KBS라디오 대담프로 '안녕하십니까 박원훈입니다' 에 나와 기아사태에 대한 정부 자세를 꼬집었다.

그는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정부가 손을 놓고만 있어선 안된다는 견해가 있다" 며 자신도 그것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선 안되고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고 강조해온 청와대로선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쪽으로 생각을 굳힌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李후보가 털어놓은 것으로 비춰질까 참모들은 우려했다.

한 관계자는 "기아문제에 대선의 표를 의식한 선거논리가 개입돼선 곤란하다" 고 신한국당이 그런 쪽으로 움직일까 경계했다.

그는 "한은 특융이나, 미국 크라이슬러식의 채무보증으로 해결하면 더 큰 문제가 생겨 그렇게는 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또다른 당국자는 "세계무역기구 (WTO) 체제에서는 보조금 문제에 걸려 크라이슬러식 해결은 안된다.

미국도 지금은 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김인호 (金仁浩) 경제수석이나 국회 재무.예결위원장을 지낸 김용태 (金瑢泰) 비서실장도 이런 신념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李후보의 발언은 청와대에 묘한 파장을 주었다.

오후들어 참모들은 재정경제원쪽의 전화를 받고 일단 안심했다.

李후보가 대담프로에 나간뒤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의 보고를 받고 "정부의 직접적 개입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했다" 고 했기 때문. 그렇지만 한 실무자는 "92년 노태우 (盧泰愚) 대통령이 제2이동통신을 선경에 주는 잘못된 결정을 김영삼후보가 뒤엎은 논리중 하나가 표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기아사태의 정부방침은 잘 된 것이나 당이 어떻게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 고 여전히 우려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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