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승부 가른 빚맞은 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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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빗맞아도 목적을 이루는 확률이 높은 경기는 아마 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일 것이다.

골프는 조금만 빗맞아도 선수를 곤경에 빠뜨리고 테니스 역시 빗맞아선 공을 넘기기조차 어렵다.

가끔 축구.배구에서 그런 경우가 있긴 해도 야구만큼 잦지는 않다.

23일 광주구장 한화 - 해태의 경기. 해태 2번 장성호는 우익수 키를 넘어 펜스를 원바운드로 맞히는 장타를 치고도 1루까지밖에 가지 못했다.

워낙 잘 맞아 타구가 빨랐고 펜스를 퉁긴 공이 정확히 수비하던 한화 외야수에게 잡혔기 때문이다.

너무 잘 맞은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된 셈이다.

그러나 해태는 이런 불운을 다음타자 이호성 타석때 배로 보상받았다.

볼카운트 2 - 0에서 친 이호성의 타구는 방망이 손잡이 근처에 빗맞은 것이었다.

그러나 느릿느릿 날아간 타구는 장종훈의 키를 살짝 넘더니 그라운드 안에 떨어지자마자 강한 회전을 일으키며 해태 불펜쪽으로 굴러가 2루타가 되고 말았다.

1사1루의 기회가 무사 2, 3루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김이 샌 한화투수 한용덕은 홍현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무너졌고, 해태는 4득점하며 순식간에 뒤지던 경기를 뒤집었다.

빗맞은 안타는 합리적인 야구의 속성과 동떨어진, 모든 스포츠 가운데 가장 비합리적인 요소다.

그러나 빗맞은 안타는 팀을 웃기고 울리며 팬을 열광시키는 야구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광주 =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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