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독도마저 '표밭' 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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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해병대를 보내자." "우리도 대마도의 영유권을 주장하자."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에 분노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가는 얘기다. 실효성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일본의 침략과 역사 왜곡에 지긋지긋하게 시달렸기 때문이다. 이제 멀쩡한 남의 땅 독도까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지 않는가.

그러나 집권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다르다. 이들마저 앞뒤 안 가리고 네티즌 수준의 분노를 대책이랍시고 쏟아놓아서는 안 된다.

16일 밤 TV 토론회에 나온 열린우리당 당권 주자들은 앞다퉈 자극적 발언을 쏟아냈다. 장영달 후보는 "(주민도 없는) 독도에 무슨 치안유지냐"며 "경찰 대신 해병대를 보내라"고 했다. 유시민.김두관 후보도 "독도 국군 파견"을 주장했다. 김원웅 후보는 "우리가 영토 주권에 소홀해 대마도를 일본에 뺏겼다"며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대마도를 영토 분쟁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는 말까지 했다. 이른바 '실용' 계열인 문희상.한명숙 후보도 냉철한 대안 대신 "단호한 대처" "4월 국회에서 과거사법 반드시 처리" 등 의미 없는 수사만 늘어놨다.

독도에 국군을 주둔시키는 방안은 "일본의 '영토 분쟁 지역화' 의도에 말려들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게 상당수 국방부 관계자의 의견이다. 대마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독도 문제까지 우스갯거리로 만들 수 있다"(김태홍 의원)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독도는 36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진 곳이다. 경비대원을 제외하면 거주민도 없다. 독도를 '표밭'으로 생각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할 일이 아니다. 집권 여당의 의장을 맡겠다고 나선 정치인이라면 정말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지 좀 더 숙고하기 바란다.

김선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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