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 숭례문 가리개막 디자인 김영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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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 시민들에게 문화재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었죠. " 기와보수 공사가 한창인 국보1호 서울 숭례문 (남대문) 의 외부 가리개막을 디자인한 동아건설 분양사업팀 김영숙 (金英淑.44) 차장의 말이다.

6월부터 모습을 드러낸 이 가리개막에는 조선민화의 호랑이, 통일신라시대 기와무늬, 백제시대 산수문경 (山水紋景) 등 일곱가지 친근한 우리 문화재가 그려져있다.

9월중순 공사가 끝날 때까지 숭례문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이 휘장막은 종래의 공사현장 가리개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디자인부터 설치까지 꼬박 3개월이 걸렸으며 비용은 지붕보수공사비와 비슷한 3억여원이 들었다.

金차장은 "자칫하면 을씨년스러운 빌딩 숲속의 삭막한 공사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애썼다" 며 웃었다.

밑지더라도 서울의 관문이자 국보1호에 걸맞는 분위기를 시민들에게 선사하자는 회사방침에 따라 있는 힘을 다했다는 것. 작업중 어려움도 많았다.

전국의 박물관이나 미술전문가를 찾아 다니는등 자료수집에만 꼬박 한달이 걸렸다.

가로.세로 1.8의 조립식 패널 5백장이 사용된 휘장막 시공때 패널들이 쓰러지지 않게 풍압을 계산하고 간격을 정확히 조정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金차장은 "당국의 여러가지 요구로 막바지에 글자가 너무 많이 들어간 점이 아쉽다" 고 말했다.

홍대 미대와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과 인테리어를 전공한 그녀는 학교졸업후 12년간 대학 강사, 건설회사 촉탁등으로 지내다 94년초 동아건설에 과장으로 스카웃됐다.

입사1년만에 차장으로 승진한 金차장은 1남1녀의 어머니. 주로 아파트 디자인 업무를 맡아온 그녀는 앞으로 다른 건축물이나 교량등의 색채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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