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경제발전에 暗雲 드리우는 아시아의 통화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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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니혼게이자이 신문 22일자 사설="본사특약">

태국.필리핀등 동남아시아 각국의 통화가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태국의 바트화 (貨) 위기다.

태국은 최근 몇년간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했다.

태국은 지난 93년 역외금융시장 (BIBF) 을 창설하고 외자 유치를 가속화했다.

외자 유치를 위해 태국은 바트화 가치를 달러화에 연동시키고 고금리 정책을 폈다.

이는 태국경제에 두가지 부담을 주었다.

최근 1, 2년간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바트화가 따라서 과대평가됐고, 이에 따라 수출경쟁력이 급속히 악화됐으며 이는 경상수지 적자 확대를 초래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위기와 불황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내릴 수 없었던 것도 또 하나의 부담이 됐다.

다만 태국의 통화위기는 지난 94년 멕시코 위기와는 다소 다르다.

태국 대외채무의 대부분은 민간기업이 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태국의 외화준비액은 4백억달러 수준에서 3백억달러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유동성 위기라 부를 정도는 아니다.

통화가치를 달러화에 연동시켜온 동남아국가는 태국뿐만 아니다.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홍콩등도 마찬가지다.

통화가치를 달러화에 연동시킨 주된 이유는 금융정책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통화가치를 달러화에 연동시킴으로써 동남아 각국은 금리변경등 금융정책을 자유롭게 펼 수 없었다.

그러다 달러 가치가 상승세를 보이자 동남아 각국의 수출경쟁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는 태국 바트화.필리핀 페소화의 평가절하로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링깃화.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오로지 국제적 신뢰 확보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미달러화에 연동돼 있는 홍콩 달러화마저 최근 동요하고 있다.

최근 홍콩 통화당국은 이같은 투기 조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연동 방침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홍콩경제의 거품이 꺼질 경우 홍콩 달러화는 큰 시련에 봉착할 것이란 견해도 없지 않다.

이번 통화위기는 아시아 전체 경제의 앞날에 암운 (暗雲) 을 드리우고 있다.

태국은 이미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다른 동남아국도 성장률을 조정할지 모른다.

이는 아시아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 중앙은행 총재회의는 이번 통화위기에 공동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1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오는 25일 중국 상하이 (上海)에서 모임을 갖고 당면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아시아 각국은 이런 회의를 통해 역내 무역및 투자자유화를 촉진하고 경제 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정리 =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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