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號 출범 청와대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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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2년의 권력상황' 으로 돌아가는가.

당시 김영삼 (金泳三) 민자당 대통령후보는 노태우 (盧泰愚)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아예 권력을 무장해제하려 했다.

후보 선출후 4개월뒤 盧대통령의 탈당은 그런 수모를 못견딘 분풀이였다.

그러나 지금의 청와대 참모들은 그런 의문에 대해 "재현되지 않을 것" 이라고 자신한다.

오히려 金대통령은 이회창 (李會昌) 후보의 대선승리를 뒷받침해 주고, 李후보는 金대통령의 역할과 권위를 인정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광일 (金光一) 정치특보는 "상호 협조.보완 관계" 로 설명한다.

대선승리를 위한 李후보의 첫 과제는 경선 후유증을 씻는 일이다.

한 관계자는 "2차투표에서 60%에 그친 것은 반 (反) 이회창 정서가 깊음을 보여준 것" 이라면서 "민주계등 반대편을 포용하려면 金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하다" 고 지적한다.

또한 36년만에 집권당에서 영남출신 후보가 나서지 않아 생기는 그곳 유권자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서도 金대통령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선의 판도변화속에 李후보가 PK (부산.경남) 표를 얻기 위해 金대통령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실수' 를 하지 않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한다.

경선 이후 주류대 비 (非) 주류로 나눠질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가능성도 金대통령의 영향력 행사공간을 만들어 주는 요소로 보고 있다.

李후보쪽으로 반대편의 세 (勢)가 일방적으로 흡수당하기보다 일부는 비주류로 남을 것이어서 李후보의 여권내 독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관측이다.

따라서 일정수준의 권력이동은 불가피하지만 "급속한 통치권 약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 이라고 고위관계자는 주장했다.

金대통령의 이런 의욕 앞에는 장애가 있다.

야당은 공정한 대선관리를 내세워 金대통령의 탈당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李후보와의 갈등을 유도할 것이다.

또한 李후보쪽으로의 줄서기가 뚜렷해지고 李후보가 현정권과의 차별화를 강하게 밀어붙일 때의 상황이 문제다.

어느 시점에서 李후보가 '金대통령을 밟고 갈 수밖에 없다' 고 양해를 구할 때 청와대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관계는 현재로선 서로의 필요에 따라 원만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권 재창출의 명분과 전략에 견해차가 생기면 삐거덕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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