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탈락자들 반응 …이한동측,굳은 얼굴로 단상에 홀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이인제후보와 5위를 차지한 이수성후보간의 표 차이는 불과 1백29표. 산술적으로는 근소한 차이지만 정치적 의미에선 하늘과 땅 차이다.

2위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결선투표에 오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개표결과에 대한 이한동.김덕룡.이수성 세 후보의 표정이 이를 증명한다.

함성을 지르며 주먹을 불끈 쥔 이인제후보와 달리 金후보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단상에서 미동도 하지않은채 무표정하게 정면만 응시했다.

한 측근은 "어떻게 이렇게 표가 안 나올수 있느냐" 고 했다.

金후보측은 이날 아침 최소한 2천5백표 정도를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1천6백73표로 4위에 머물렀다.

이한동후보는 얼굴이 더욱 굳었다.

2위 이인제후보와 불과 5표차 (첫 공식발표) .동요를 애써 참기 위해 그는 입술을 다물었다.

당초 예상보다 선전했지만 이수성후보도 무표정하긴 마찬가지였다.

잠시후 대의원들에게 인사한뒤 세 후보는 단상을 내려갔다.

귀빈실로 향하는 金후보를 에워싼 핵심참모들은 눈물까지 흘렸다.

이수성후보는 경선대책위원들과 악수를 나누고는 "산책이나 하겠다" 며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힘들었지만 후회는 없다" 면서도 "정치의 이상과 현실이란…" 이라며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이한동후보는 지지자들이 5표 차로 결선 진출이 좌절된 현실을 "받아들일수 없다" 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재검표 결과 표 차이는 8표로 오히려 늘어났다.

지지자들중 한명은 "오늘 아침 한번만 더 표를 다졌어도…" 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잠시후 이들 3명은 결선투표전 4인연대 합의를 지키기 위해 패배의 쓰라림에도 불구하고 이인제후보와 손을 잡고 대의원석을 돌았다.

3명후보를 좇는 한 지지자의 "이제 비주류 생활을 어떻게 하나" 란 자조섞인 혼잣말이 이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했다.

반면 1차 탈락자면서도 최병렬후보는 대의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경선기간 내내 그는 교과서적인 선거운동을 펼쳤다.

합동연설회에서 그는 고집스럽게 정책과 국가경영의 소신을 역설했다.

이날 대의원들의 박수는 그런 의미에서 마라톤을 완주한 주자에게 보내는 격려와 같았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