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부도유예 … 기아사태 해법은 '기아특수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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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아그룹의 최대 골치거리는 기아특수강문제다.

기아자동차를 비롯 아시아자동차.기아정기.기아특수강.기산.기아자동차서비스등 그룹내 6개상장사의 96년 적자총액은 9백77억원. 이중 기아특수강의 적자가 8백78억원이었다.

93년까지 4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기간 6개사의 누적적자 2천4백93억원중 2천2백40억원이 기아특수강에서 발생했다.

기아특수강 적자의 주범은 과다한 빚이다.

지난해말 7천2백34억원의 고정부채를 포함, 총1조3천여억원의 부채는 총자산의 96.5%에 이른다.

이로 인해 지급된 이자는 매출의 28.7%에 해당하는 9백22억원이었다.

이에 비하면 삼미특수강의 매출대비 금융비용비율 17.2%는 '양호한' 수준이다.

부채가 많은 것은 설비투자가 지나쳤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본재산업 육성, 업종전문화 바람을 타고 97년4월까지 3단계에 걸친 설비증설에 1조원을 쏟아부었다.

기아의 증설 배경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자동차와 기계류산업의 발전에는 특수강의 안정된 공급이 필수다.

둘째, 전체 조강 (粗鋼) 수요중 특수강의 비중 (11%) 이 선진국 (18%) 처럼 높아질 것이다.

셋째, 다품종소량생산체제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위해선 어느 정도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

넷째,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등 자체수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계산엔 함정이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당시는 덩치가 더 큰 삼미특수강이 이미 설비증설을 마무리한 뒤였다.

수출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데, 선진국에선 품질이 절대적 관건이라 그것도 쉽질않다.

국내기술은 아직 선진국의 70~80% 수준에 불과하고 가격경쟁력도 특별한 요인이 없다.

여하튼 96년 고정자산은 9천9백71억원으로 89년 1천1백18억원의 8.2배로 급증했으나 같은 기간 매출은 겨우 3.6배로 늘어났다.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기아특수강의 문제는 연1천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그냥 두고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료비.노임등을 감안하면 1조원어치를 팔아도 이자지급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매출이 겨우 3천2백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최소한 5년내엔 전망이 없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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