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21일하루 14,000대 계약 '경이적 기록'…경쟁사 대응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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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아자동차가 현금확보를 위한 비상수단으로 19일부터 주력 승용차의 값을 30%깍아주는 등 파격적인 판매조건을 내걸자 현대.대우자동차등 기존 완성차업계는 크게 당황해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현대.대우자동차는 내수판매부진이 장기화되자 최근 상당한 부담을 떠안아가며 '신 (新) 할부판매제도' 를 도입한 상황에서 기아의 이번 파격적 조치로 내수시장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생길 수도 있기때문이다.

기아자동차가 '파격세일' 을 단행한후 21일에는 계약대수가 평소 하루의 10배도 넘는 1만4천여대로 추정되는등 하루 최고판매치를 연일 갱신해 이같은 가능성을 예고해주고 있다.

대할인판매 전에는 하루 평균 1천대전후를 팔았다.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는 현재로서는 당장 판매조건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사 (自社) 차 예비고객들이 기아차로 옮기는 추세가 뚜렷해질 경우 기아의 '저가 (低價) 공세' 에 손놓고 있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판매량 늘어나는 기아차 = 최고 29.9%의 할인특판으로 판매계약이 연일 급상승커브를 그리고있다.

기아차의 계약고는 특판 발표 하루만인 20일 2천27대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고 기아측이 말했다.

이중 세피아.크레도스등 승용차가 1천8백64대, 상용차는 1백81대였다.

이틀째인 21일에도 소비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는가운데 하루계약고가 1만4천여대로 추산돼 전례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기아측은 전망한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계약대수는 승용차 9천4백70대, 상용차 3백30대로 모두 9천8백대를 넘어섰다.

이는 시간당 계약고가 1천대를 상회하는 경이적인 실적이다.

기아자동차는 지금처럼 간다면 계약기준으로 2 - 3일후면 현재 재고 3만2천여대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 재고분이 전부 팔린다면 할인특판으로 인한 현금확보액이 2천8백억원에 이르러 자금난 극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아측은 보고있다.

그러나 경쟁사나 공정거래위의 특판에 대한 이의제기 여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대우의 입장 =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기아에 대한동정심이 생기겠지만 차값이 싸다고해서 무조건 구입하지는 않을 것" 이라며 "현대는 제품력으로 승부를 걸 작정이며 별도의 대응전략은 현재로서는 마련하지않을 방침" 이라고 말했다. 현대는 지난주부터 도입한 '신할부판매제도' 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간다는 전략. 현대측은 이 제도의 인기가 높아 계약실적이 종전 보다하루 평균 4백대가량 늘었다고 주장했다.

대우자동차 관계자는 "기아자동차가 한시적으로 특판을 실시하겠다고 한만큼 판매조건을 바꿀 계획은 없다" 고 말했다.

대우는 그동안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신차를 잇따라 내놓았기때문에 기아처럼 파격세일을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현대와 대우는 기아의 30%할인 대상 차종이 그동안 잘 팔리지않거나 모델 교체에 들어간 상품이기때문에 판매량이 계속 급격히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박의준.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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