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로드마저 … ‘약발’로 친 MLB 홈런왕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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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메이저리그 슬러거들은 모두 드러거(drugger·약물 상습 복용자)였나.

메이저리그 최고 몸값 선수 알렉스 로드리게스(34·뉴욕 양키스)가 10일(한국시간)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고백했다. 마크 맥과이어(46·은퇴), 배리 본즈(45·전 샌프란시스코), 새미 소사(41·전 텍사스)에 이어 또 한 명의 홈런왕에 ‘약물’ 꼬리표가 달렸다.

◆‘A-로이드’가 된 A-로드=로드리게스는 이날 ESPN과의 인터뷰에서 “텍사스 시절 2001년부터 3년 동안 성적에 중압감을 느껴 금지약물을 복용했다. 깊이 후회하고 있고 죄송하다”고 고백했다. 8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약물 복용 의혹을 보도한 이후 이틀 만이다.

2000년 말 로드리게스는 텍사스와 계약기간 10년에 총액 2억5200만 달러의 역대 최고액 계약을 했다. 성적에 대한 큰 부담을 느꼈고 결국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약물에 손을 댔다. 로드리게스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아메리칸 리그 홈런왕, 2003년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로드리게스는 “2004년 양키스로 이적한 후로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약물 만연 시대의 그림자=메이저리그는 1996~2003년 당시 94년 파업의 상처를 씻고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약물 복용에 관대한 ‘스테로이드의 시대’였다. 선수들은 성적을 위해 당시에는 금지약물로 지정되지 않은 크레아틴, 98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금지약물이었으나 메이저리그에서는 허용됐던 안드로스테론을 거리낌없이 복용했다.

98년 안드로스테론을 복용한 맥과이어는 소사와 홈런 경쟁을 펼쳤고 홈런 70개로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종전 로저 매리스·61개)을 세웠다. 이 기록은 2001년 역시 약물의 힘으로 73개를 날린 본즈에 의해 깨졌다. 로드리게스는 약물 복용을 고백하며 “당시 문화는 (약물에) 느슨했다. 수많은 선수들이 수많은 것을 접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영양사, 팀닥터, 트레이너로부터 손쉽게 원하는 약물을 얻을 수 있었다.

2002년 호세 칸세코가 “메이저리그 선수의 85%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후 자서전에서 상세하게 언급했다. 2003년 10월 육상선수와 메이저리거들이 연루된 대형 약물 스캔들이 터지면서 본즈 등 메이저리거가 연방 대배심에서 약물 복용에 관해 증언했다. 2003년 말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무작위 도핑테스트를 했고 104명의 양성 반응자가 나왔다. 로드리게스도 그중의 한 명임이 지금에서야 밝혀졌다.


◆앞으로 과정은=로드리게스는 약물 복용을 시인하면서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다. ESPN 칼럼니스트 제이슨 스타크는 “야구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로드리게스는 한때 자부심으로 가득 찬 야구의 역사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스포츠 스타의 약물 복용이 어린이들에게도 나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본즈가 대배심 위증 혐의로 FBI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로드리게스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또한 다음 달 개막하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데도 문제가 없다. 로드리게스가 발각된 2003년 당시 도핑 검사는 비공개와 무처벌을 조건으로 실시됐기 때문이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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