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기아 협력업체 지원에 난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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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아그룹이 발행한 진성어음을 할인해 주라는 정부의 요청에 대해 채권은행들이 "무조건적인 지원은 어렵다" 며 난색을 표했다.

이수휴 (李秀烋) 은행감독원장은 21일 은감원 회의실에서 12개 기아그룹 주요 채권은행장을 불러 5천여 기아계열 협력업체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중은행장들은 "담보도 없이 기아그룹 발행어음이라고 무조건 할인해줄 수는 없다" 며 "협력업체의 신용도를 감안해 각 은행들이 알아서 할 일" 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은행장들은 다만 정부 대책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의 지급보증을 받은 기아그룹 발행 어음의 할인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A시중은행장은 "협력업체 가운데 기아그룹 이외에 다른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우량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가능하지만 생산품 전량을 기아에 납품하거나 담보가 없는 회사에 대해 담보도 없이 자금지원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아그룹의 협력업체가 기아그룹 발행어음을 할인해 회사를 꾸려나가는데는 적지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B시중은행장은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는등의 특단의 조치가 있기 전에는 기아그룹에 대한 자금지원이 원만하게 이뤄지기 어렵다" 고 밝혔다.

한편 조흥.상업.신한.한미등 7개 시중은행장들은 이날 서울인사동 모 음식점에서 점심을 하면서 기아사태를 비롯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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