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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송유관 위에 배 정박?…울산항 안전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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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울산시 남구 용연동 SK에너지의 해저 원유수송관과 정박지 위치도. 지난해 9월 SK에너지 2,3번 원유부이(왼쪽)와 해저 송유관들이 M10 정박지 주변으로 이설(오른쪽 분홍색 선)됐다. 울산항만공사는 10일 M10 정박지를 해상 환적 정박지로 재사용하기위한 타당성 용역 보고회를 열었으나 안전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울산항이 해저송유관 부근에 새로운 배 정박지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져 안전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항만공사는 최근 울산시 남구 용연동 3㎞ 앞 해상에 해상 환적(換積.선박끼리 화물을 옮겨 적재하는 것) 정박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곳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울산항을 이용하는 선박들의 임시 정박지로 이용돼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해저 송유관 3개가 이곳 근처로 옮겨 오면서 더 이상 정박지로 쓰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울산항만공사는 울산항 액체화물 거점항 발전계획에 따라 이곳을 환적 정박지로 지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곳이 해저 송유관에서 불과 400여m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배가 정박을 위해 닻을 내릴 때 파도가 거세지면 이 닻이 흘러가는 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송유관에서 적어도 585m 떨어진 곳에 닻을 내려야 한다는 게 국제 규정이다.

울산항만공사는 10일 열린 타당성 조사 용역 보고회에서 “안전조치만 보강하면 환적 정박지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닻을 특정 해상에 정확하게 내리고, 기상이 나쁠 때에는 배를 정박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저 송유관 설치 업체인 SK에너지 측은 “길이 150m, 무게 10t에 달하는 대형 선박의 닻 때문에 송유관이 부서지면 국가적인 대재앙이 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1987년 6월 울산항 해저 송유관에서 10㎞나 떨어진 해역에 정박한 선박이 기상악화로 연안으로 이동한 끝에 이 선박의 닻이 송유관을 파손해 원유가 700t이나 흘러나오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2004년에도 울산항에서 선박의 닻이 끌려 해저 가스관을 파손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해상 환적이 부두 환적보다 경제적인 효과가 클지 몰라도 안전에는 큰 위협이 된다”며 “환적 정박지 해저에 시간당 6000t의 원유가 흐르는 송유관 3개가 지나간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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