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순수와 사상' 저자의 한마디 "인문학 시각서 종교현상 다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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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소박함이란 좋은 것이다.

더구나 사람됨을 그렇게 일컬을 때 그것은 덕담이다.

그러나 소박한 인식이란 불안하다.

그러한 인식은 사물에 대한 총체적인 조망을 차단하고 자신의 직관과 판단에 쉽게 몰입한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는 스스로 만족한다 해도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는 결과적으로 덕스럽지 못하다.

나는 때로 종교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그렇다고 느낀다.

이른바 돈독한 신앙, 반종교적 태도, 종교에 대한 무관심등은 한결같이 그렇게 소박하다.

나는 이러한 태도가 분명한 과오라고 여긴다.

때로는 인간의 삶을 정직하게 직면하려 하지 않는 게으른 부정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인문학의 자리에서 종교문화에 대하여 그러한 발언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발언의 의도와는 달리 주제의 선택과 내용의 진술에서 지극히 자위적이고 현학적이다.

비판과 질책을 기다린다.

내 강의를 듣고 내 영혼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학생들이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그들의 순수를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그 고마움에 대한 답례로 그 친구들에게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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