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홍콩의 집회.시위 행정지침 발표 … "리펑 욕해도 괜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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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의 홍콩에서 예전처럼 리펑 (李鵬) 중국총리를 욕해도 괜찮을까. 홍콩인들의 자유를 측량하는 한 척도로 여겨졌던 이같은 물음에 대한 대답은 일단은 '예스' 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가 18일 홍콩경찰에 하달한 행정지침에 따르면 홍콩인들은 '타도 공산당' 의 구호도 외칠 수 있다.

그동안 홍콩에선 새로 탄생한 임시입법회가 시위등을 규율하는 공안 (公安) 조례와 단체설립을 규정한 사단 (社團) 조례등에 영국의 식민통치시대엔 없었던 '국가안전' 이란 개념을 삽입시켜 그 악용성 여부로 논란을 빚어왔다.

사사건건 국가안전을 들고나와 시위를 통제하고 단체설립을 불허하면 어떻게 하는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다.

18일 발표된 행정지침이란 바로 이 국가안전 개념을 적용하는 기준같은 것이다.

보안국의 요우증자리 (尤曾嘉麗) 부국장은 집회.시위 도중 그 행동이 사회 안녕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것이라면 '대만독립' 이나 '리펑 하야' 를 외쳐도 홍콩경찰에 체포되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라고 행정지침을 설명했다.

천안문 사태를 기념하는 6.4집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이요, 공산당 일당독재 청산을 주장하고 심지어 대만의 청천백일기 (靑天白日旗) 를 휘둘러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은 단서가 홍콩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집회나 시위 목적 또는 행동이 대만과 티베트독립등 중국 분열을 고취시켜서는 안된다는게 바로 그것이다.

대만 독립을 외치는 것은 되지만 대만 독립을 고취시키는 행동은 안된다는 모순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콩의 민주당 인사들은 홍콩특구의 지침이 너무나 모호해 오히려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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