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누가 7월을 두려워하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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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금 신한국당 경선후보들의 합동연설회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칠룡 (七龍) 이 빚어내는 축제 민주주의의 세례는 초복.대서 (大暑).중복이 낀 7월의 무더위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그들이 빚어내는 조화와 변전은 흥미롭다 못해 전율 (戰慄) 까지 자아낸다.

그래서 그들의 재주에 감탄하느라 더위를 잊은 사람들은 말한다.

누가 7월을 두려워하랴. 몇가지 하이라이트를 뽑아본다.

1.신강령 지역 연고주의 "한국 야당의 정치적 입지가 지역 등권론 또는 지역 할거주의란 사실은 다 아는데 여당인 7룡의 강령이 지역 연고주의에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어. " "가는 곳마다 지역연고를 대는 방법도 어찌나 기발한지 우리 귀를 즐겁게 해. 이곳은 우리 집사람의 고향. 노모가 성장하신 곳. 처가가 계신 곳. 실개천이 지줄대고, 얼룩백이 황소가 울음 우는 이곳을 제가 차마 잊겠습니까. " "아깝게도 몇가지 불발탄이 있었지. 우리 사돈의 8촌이 나신 곳. 처삼촌 산소가 있는 곳. " 2.두번 죽는 박정희 (朴正熙) 7룡들이 박정희 전대통령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 말재주도 현란하다.

우선 박정희 사모론 (思慕論) . "그와 나는 키가 1㎜도 안 틀린다.

그와 나는 성이 같다.

그는 나의 마음속의 스승이다.

내가 첫 부임한 곳이 그의 부대였다.

나는 21세기형 박정희다.

나도 그분처럼 되게 해달라. " 다음 박정희 혐오론 (嫌惡論) . "대학생때 나는 박정희 독재와 맞서 싸웠다.

그의 통치방식을 물려받으면 안된다.

여러분 그의 독재 그늘에서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그에 대한 칭송은 일종의 광기 (狂氣) 다.

" 이미 선대 시인들은 이런 거듭 죽음을 노래한바 있다.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끝없는 고독의 위를 날으는/애달픈 마음/또한 그리고/그리다가 죽는/죽었다가 다시 살아/또 다시 죽는/가여운 넋은 가여운 넋은 아닐까. " (金東鳴의 시 '수선화' 에서) 3.짝짓기의 계절 본격적인 합종연횡이 벌어지면 누가 누구와 연대할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지금은 아무리 순열.조합에 능한 사람이라도 잘 짐작할 수 없는 오리무중 (五里霧中) 의 시간. 7룡의 대리인들이 은밀히 상호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먼저 A가 B를 찾았다.

"이미 대세를 장악한지 오래인 우리는 럭비공 같다는 귀측에 제의합니다.

귀측의 대중적 인기는 비록 하향세에 있지만 그래도 알아줄 만합니다.

우리와 연대해 국무총리를 맡으시면 가위 천하를 도모할만 할텐데 어떠신지요?" 그말을 듣고 B는 C를 찾아갔다.

"우리측은 장렬히 전사할 각오가 돼 있소. 그러나 전사하기 전에 우리 흉금을 털어 놓고 얘기합시다.

우리측과 귀측은 같은 한글세대입니다.

그대의 부상 (浮上) 은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말처럼 우리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소. 우리와 손을 잡으시려오?" 그말을 듣고 C는 D를 찾아갔다.

"우리 둘은 본래 하나였으며 지금도 하나라는 생각에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산악훈련을 통해 다진 동지애와 선배에 대한 존경심은 여전합니다.

우리 손을 잡고 한줄기 청풍을 일으킵시다.

" 그말을 듣고 D는 E를 찾아갔다.

"자, 김.이.박 3인 연대의 고리를 단단히 붙들어 맬 때가 됐습니다.

벌써 구태 (舊態)가 살아나고 무임승차한 사람들이 설칩니다.

우리가 가만있으면 안되지요. " 그런데 3인중 하나가 F를 찾아갔다.

"저희는 귀측과 정치를 떠나 수십년간 신의로 맺어왔고 형제애를 나눠온 사이 아닙니까. 귀측과의 제휴 가능성을 한시도 잊지 않았습니다.

" <김성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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