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지도부 “성폭행 사죄” 총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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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석행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가 성폭력 사건에 책임을 지고 9일 사퇴했다. 민주노총 진영옥 수석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서울 영등포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사죄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이 위원장을 포함한 모든 지도부가 총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날 사퇴한 사람은 이 위원장을 비롯, 진 수석부위원장과 김지희 부위원장, 이용식 사무총장 등 4명이다. 민주노총 지도부 9명 가운데 부위원장 5명은 6일 자진 사퇴했다. 이로써 민주노총의 집행부는 성폭력 사건이 불거진 뒤 나흘 만에 전원이 사퇴했다. 민주노총 집행부 총사퇴는 1995년 출범 이후 네 번째다.

민주노총은 4월 초까지 새 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될 새 위원장은 사퇴한 이석행 위원장의 남은 임기(내년 1월 만료)를 채우게 된다. 민주노총 이준용 사무차장은 “지도부 공백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18일까지 확정할 비상대책위원회가 임시 지도부 역할을 맡는다”며 “비대위는 성폭력 사건 진상조사와 당면 투쟁 사업, 새 위원장 선출 등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파업·시위 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위원장은 ‘국민께 드리는 사과문’을 통해 “반인권적·반사회적 성폭력 범죄 발생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 관계자의 발언으로 사건이 언론에 보도돼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발생했고 민주노총 간부가 중대범죄인 성폭력을 일으켜 국민들을 실망시킨 점 등을 고려해 사퇴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6일 진 수석부위원장 등과의 면담에서 총사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8일 태도를 바꿔 변호사를 통해 사퇴서와 사과문을 보내 왔다고 민주노총은 전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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