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설묘지 보다 차라리 골프장을" 남제주군 주민들 반발에 사업 난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조상들의 삶의 터전에 공설묘지가 웬 말입니까. 차라리 골프장을 유치하겠읍니다.

" 제주도남제주군이 남원읍위귀리 마을 공동목장에 공설 공원묘지를 조성하려 하자 주민들이 그동안 반대해오던 골프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공설 공원묘지 예정지는 남제주군남원읍수망리 158의1 5만7천여평. 이 곳은 마을주민들이 소와 말들을 방목하는 마을 공동목장이지만 군유지여서 소유주는 남제주군이다.

남제주군은 마을 공동목장내 1만5천평의 부지에 남원읍 공설 공원묘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2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올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군이 이 지역을 공설 공원묘지로 조성하기로 한 것은 군유지이며 마을과 떨어진 해발3백 이상 지역으로 적합하다고 보았기 때문. 그러나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마을주민들은 지난 10일 개발위원회를 열고 골프장 유치를 결의한뒤 이 곳에 골프장 건설을 희망하는 K개발측과 접촉할 뜻을 밝혔다.

그동안 골프장 조성에 시큰둥한 표정이었던 주민들의 태도가 급선회 한 것. 혐오시설로 볼 수 있는 공설묘지보다 차라리 골프장이 들어서면 개발사업자가 제주도특별법에 따라 홀당 5천만원씩의 지역개발채권을 사야하고 채권액의 50%는 마을에 투자해야 할 뿐 아니라 고용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삼 (金東三.48) 의귀리 이 장은 "마을 공동목장의 소유주는 남제주군이지만 옛부터 조상들이 소유개념이 없어 관리만 해 온것일 뿐 실제 주인은 마을주민" 이라며 "삶의 터전에 공설 공원묘지를 조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예산도 확보된 만큼 공설 공원묘지 조성계획을 백지화할 수 없는 입장" 이라며 "차선책으로 공설 공원묘지와 골프장을 동시에 유치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제주 = 고창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