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법안 날치기 잘못' 결정 파장 … 안기부법 여야 격돌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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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말 신한국당이 국회에서 새벽에 노동법등을 기습처리했던 '12.26 날치기' 사태가 반년이 지나 또다시 정치권의 싸움거리로 등장했다.

'절차는 잘못, 결과는 유효' 라는 자칫 모호한 판정을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장의 형국은 "하자가 인정됐으니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며 불을 지르는 야권에 여권이 무표정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신한국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마칠 다음주부터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게 뻔하다.

대선가도의 최대현안중 하나인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을 다룰 임시국회가 곧바로 기다리고 있다.

여당이 결코 모른 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회의 박상천 (朴相千) 총무는 "정치개혁 협상에 임하는 야권의 기본입장은 '금권.관권개입소지 원천봉쇄' 에 있다" 며 안기부법을 원위치시키려는 의지가 강력함을 밝혔다.

특히 국민회의는 대공차원의 찬양.고무.동조죄등에 대한 안기부의 수사권 부활을 관권개입의 핵심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야당인사와 언론인등을 수시로 옭아맬 수 있게 한 조항" 으로 본다.

재개정을 즉각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은 자민련도 이에 공감하고 있어 조만간 보조를 맞출 전망이다.

이정무 (李廷武) 원내총무는 "야권공조를 기본바탕으로 할 것" 이라고 했다.

양당은 '검찰총장 퇴임후 공직 금지' 조항의 위헌결정에 대해서도 "부분손질로 합헌 (合憲) 이 되게 하자" 며 적극적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 역시 관권개입을 막는 방책중 하나라는 인식 때문이다.

16일 양당 총무회동에서는 검찰총장이 최소한 퇴임후 국무위원으로 영전하거나 선거.수사관련 직책에 앉지 못하도록 범위를 좁혀 다시 개정하고, '검찰총장의 국회출석 의무화' 도 명문화하자는 데까지 입장을 맞췄다.

반면 신한국당은 17일에도 야권의 요구를 "정치공세" 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그동안 야당의 재개정 요구에 방패로 삼았던 '절차상 적법' 주장이 근거를 잃은데 내심 난처해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됐다" 며 "우리측 대선후보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고 걱정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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