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8,000고지 돌파...16일 8,038.88로 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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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미국 경제가 드디어 '주가 8천시대' 로 진입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 대만.홍콩을 뺀 아시아 각국들이 죄다 경제적 곤경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미국만이 '구름 위의 경제' 를 구가하고 있다.

주가는 2년여만에 두배가 됐고, 달러는 엔.마르크등에 대해 계속 강세를 타고 있으며, 금리는 지난해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가 있는 등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뉴욕 주식 시장의 다우존스 주가는 16일 (현지 시간) 8, 038.88 (종가 기준) 을 기록, 지난 95년 2월 4천선을 넘은지 2년 5개월만에 배로 뛰었다.

다우 지수가 6천선을 넘은 것이 지난해 10월, 7천대에 들어선 것은 올해 2월이었으니 놀랄만한 상승세다.

또한 현 추세나 경기 상황으로 미뤄볼 때 다우지수가 1만선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 일 것이란 분석과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물론 미국 경제의 여건이 그만큼 좋아서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물가 안정세' 가 1등 공신이고, 그 밑바탕엔 재정적자 감축등 정부의 건전한 거시정책과 기업들의 치열한 생산성향상 경쟁이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도깨비 방망이같은 '비결' 이 있어서가 아니라 교과서대로의 경제 운용과 실천이 주가 8천시대의 경제를 일궜다는 이야기다.

올 상반기 미국 경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율로 겨우 1.4%.같은 기간의 물가 상승률로 따져 지난 8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가등 에너지 가격이 올 상반기 중 연율로 8.9%나 떨어진 덕이 물론 크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공산품 가격의 안정세다.

실제로 식품.에너지류를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올 상반기 중 2.4%로 지난 65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실업률이 24년만에 가장 낮은 4.8% 수준에 가 있고 1분기중 6%에 가까운 초고성장이 기록된 데 이어 5월 중 경기선행지수가 다시 0.3% 상승한 상황에서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국 상품의 값은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이같은 경제 상황을 전문가들은 테크놀로지 발전에 의한 미국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미국 시장만이 아니라 전세계 시장을 놓고 격돌해야 하는 글로벌 경제 시대의 새로운 경쟁 양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6일의 주가를 8천대로 밀어올린 주요 '재료' 였던 2.4분기중 주요 기업들의 경영실적 발표만 보아도 그같은 사실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예컨대 2분기중 순이익 증가율이 인텔은 60%에 달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80%를 넘었다.

이같은 첨단 기업들의 높은 이익 증가율은 첨단 테크놀로지의 적용이 각산업 분야에서 계속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 자동차업계는 상반기중 값비싼 노사분규를 치르고도 제너럴 모터스 (GM) 11%, 포드 33%씩의 이익증가율 (2분기 중) 을 각각 기록했다.

"인플레 심리는 죽었다" 고 까지 표현되는 이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의 독주에 도전하는 경쟁국도 당분간은 나올 것 같지 않다.

이번 주 초 독일 마르크에 대해 6년만의 최고 강세를 보였던 달러 (1달러 = 1.7914 마르크) 는 최근 며칠새 다시 엔에 대해서도 강세 (1달러 = 1백15엔 대) 를 타기 시작했다.

'미국식 자본주의' 의 위세 과시 행진은 언제 끝날지 모르게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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