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부도방지' 적용 … 각국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기아그룹이 10대그룹가운데 처음으로 부도방지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자 세계 유력언론들은 이를 1면 또는 국제면에 비중있는 기사로 다루는등 큰 관심을 표명했다.

이들의 논조는 대체로 기아그룹의 방만한 경영이 부도위기를 불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한국자동차시장의 재편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국 주요 신문의 기아사태에 대한 기사를 요약한다.

▶파이낸셜타임스 (영국) =기아는 포화상태를 맞은 국내시장에서 판매부진을 보인 가운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부도유예조치로 기아는 경영혁신을 위한 시간을 벌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부도위기로 기아는 설비확장을 꾀하고 있는 삼성자동차의 적대적인 매수목표가 될지 모른다는 추측을 낳게 됐다.

▶LA타임스 (미국) =부도유예조치로 기아의 미국내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도유예조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금융기관들이 다투어 채권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과잉설비와 수요부진으로 침체를 보이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은 이번 기아사태로 한 차례 재편이 예상된다.

특히 기아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기아인수가 1~2년정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업계 관계자도 있다.

▶니혼게이자이 (일본) =기아의 경영위기로 한국자동차산업은 본격적인 도태의 시대에 돌입했다.

이와관련 삼성의 기아매수설이 부상하는 가운데 한편에선 기존업계에선 삼성의 자동차 참여를 저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부에선 중장기적으로 현대 - 대우 - 삼성을 중심으로 자동차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한다.

포드자동차는 기아의 경영난으로 당장 떨어져나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전향적으로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포드는 일본의 마쓰다와의 관계를 긴밀화하는 반면 기아와의 관계는 희박하다.

엔저가 계속될 경우 포드는 기아차의 미국내 OEM판매를 중단하고 이를 마쓰다쪽으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

포드의 전략에 따라 기아에 대한 지원여부도 결정될 것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 (미국) =포드는 기아와의 관계에 당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포드와 기아의 관계는 경색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포드는 기아판매망을 통한 포드차의 한국내 판매를 중단하고 자체판매망을 구축했다.

또 기아차 아스파이어 (아벨라) 의 미국내 판매도 중단할 계획이다.

기아의 경영위기는 삼성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기아매수에 대한 루머를 촉발시키고 있다.

살인적 경쟁 더욱 격화 ▶르몽드 (프랑스) =기아그룹의 경영난은 한국자동차업계의 격심한 경쟁에서 비롯됐으며 앞으로 후발주자인 삼성자동차가 가세할 경우 이같은 살인적인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국내시장의 포화상태에서 현대와 대우등 다른 자동차사들은 그룹내 다른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기대할 수 있으나 자동차가 주력업종인 기아는 재정지원이 여의치 못하다는게 약점이다.

정리 = 김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