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밤 귀가 기아그룹 김선홍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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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부나 은행들이 나 김선홍이와 회사 하나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 것이지. 무슨 얘기도 하고 싶지 않네. 말하면 뭐해. " 16일 밤11시께 서울 신천동 장미아파트 자택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기아그룹 김선홍 (金善弘) 회장은 정부와 금융권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기아의 정상화에 강한 집념을 보였고 '기아 살리기' 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金회장은 이날밤 서울 여의도 기아그룹 본사에서 임원 인사를 매듭짓고 바로 집으로 돌아온 탓인지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아파트 계단을 올라오던 金회장은 2층 자택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를 발견하고 놀라는 모습이었다.

金회장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의자에 앉아 기자의 질문에 힘없이 웃기도했고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기자는 金회장의 침실로 안내돼 녹차를 마시며 30분간 인터뷰를 가졌다.

그의 침실은 그룹회장의 방답지않게 수수했다.

그는 예민한 질문엔 묵묵부답이었다.

- 부도유예협정 결정 발표가 있기 전날인 14일 金회장은 정부와 금융권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현 상황에서 전날 통보를 받았는지, 전혀 몰랐는지, 무슨 상관인가.

(힘없는 미소를 띠면서) 안 받았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 - 금융권에서 왜 기아에 대해 부도유예협정 결정까지 내렸다고 보나. 금융권에서는 오늘 (16일) 기아의 자구노력 발표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인데. " (강한 어조로) 나 김선홍이와 회사 하나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 것이지…. (한동안 말을 끊었다가) 무슨 얘기도 하고 싶지 않네. 말하면 뭐해. " - 오늘 단행한 임원인사는 모두 당초 예상보다 빨랐다는 것이 임직원들의 생각인 것같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지. 또 결정이 됐으면 바로 실시해야지. 두고 볼 일이 뭐가 있나. " - 기아의 제3자 인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경영진들의 거취에 대해서 각계의 관심이 높다.

"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피곤한 기색으로)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오늘 나는 잘못한 사람에겐 책임을 묻는 인사를 했다.

기아의 정상화에는 문제가 없다.

" - 기아특수강은 국가기간산업인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는데, 이번 사태의 주원인은 특수강 사업에대한 과잉투자가 결정적인 원인이 아닌가.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 - 국내 기계 제조업체들은 기아특수강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일부 기업은 벌써 특수강 공급처를 일본 업체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렵지. (한숨을 내쉬며) 지금은 모두가 다 어렵지 않은가.

" - 피곤한 모습이 역력한데. " (웃으면서) 집에 와서는 저 아주머니 (일돕는 중년여성) 때문에 그래도 편히 쉬는데…. 어제도 (중앙일보) 기자가 집 앞에서 새벽까지 기다리다 그냥 간 것으로 안다.

솔직히 지금 인터뷰를 하고 싶겠나. " - 기아는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이렇게 멀리 찾아와줘서 일단 고맙다.

내게 특별한 얘기를 들을 생각은 안 했으면 한다.

(강한 말투로) 기아자동차를 비롯해 모든 계열사가 노사가 한 몸으로 뛰어 정상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 - 앞으로의 계획은. " (기아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저 아주머니는 나쁜 일이 있어도 모르는 척 웃으며 나를 반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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