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도 氣상품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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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도쿄의 패션거리 에비스 (惠比壽)에 있는 조그만 미용실 '모가 (MOGA)' 는 예약을 하고도 1시간은 기다려야 머리를 만질 수 있다.

이곳 주인인 다나카 에이지 (田中瑛二.45)가 런던에서 열리는 '비달사순 컨테스트' , 뉴욕의 '마스터 오브 더 이어' 등 쟁쟁한 국제미용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한 베테랑 미용사라서만은 아니다.

중국의 기공사 순 웨이량 (孫維良.43) 씨로부터 기공을 배운 다나카가 개발한 '기공 (氣功 헤어 트리트먼트' 때문이다.

머리카락을 자르고 난 다음 무스 모양의 모발제를 뿌리고 양손으로 부벼대는 모습은 얼핏보면 보통 샴푸질과 다를 바 없지만 실제로는 머리에 있는 5개 경혈을 눌러가며 기를 넣어준다.

머리를 감고난 후에도 뜨거운 타올로 감싸 혈행을 좋게한 다음 차례로 혈을 눌러준다.

다나카는 "헤어 트리트먼트에 기공을 이용하면 혈행이 좋아져 육모 (育毛) 를 촉진하고 정신안정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고 장담했다.

올 여름 특수를 겨냥하고 있는 도쿄의 일류호텔들도 기공상품화에 나섰다.

다이바 (台場) 의 호텔닛코 (日航) 도쿄는 7월의 기획상품으로 '건강과 미의 기공숙박프랜' 을 내놓았다.

2박3일간 이 호텔에 머물면서 중국기공사로부터 기공지도를 받는 이 상품은 4만8천엔 (약 37만원) 으로 꽤 비싼 편인데도 아름다워지려는 여자손님들로 예약이 꽉 찬 상태. 데이코쿠 (帝國) 호텔도 자기 (自己)치료법의 일종인 '소주천 (小周天) 건강법' 을 배우며 유기야채로 만든 식사를 하는 8월의 숙박상품을 팔고있다.

기공연구가 데구치 슈타로 (出口衆太郎.44) 는 최근 기공을 이용한 관광상품을 개발했다.

옛부터 유명한 성지 (聖地) 를 찾아가 그 곳에서 명상과 기공을 통해 기를 받아들이게 한다는 기획이다.

데구치는 "선조들이 시코쿠 (四國) 88개소를 순례했던 것도 일종의 기공관광이었다.

명소에 들러 자연의 기를 느끼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여행도 의미있을 것" 이라고 말한다.

[도쿄 = 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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