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뼈아픈 만루홈런은 '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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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좋은 약은 입에 쓰다.

투수에게 가장 쓴맛을 주는 것은 홈런, 그 가운데서도 만루홈런이다.

고로 투수에게 가장 좋은 약은 홈런이고 만루홈런은 보약중의 보약이다.

" 그 예를 들어보면. ▶정민철 (한화) 은 현재 국내 최고의 선발투수다.

92년 데뷔때부터 줄곧 13승 이상을 올렸고 올해도 예외없이 8승으로 다승왕 후보다.

그러나 정민철의 프로야구 데뷔전은 비참했다.

정은 LG와의 대전경기에서 데뷔 첫 상대였던 김동재 (현 삼성코치)에게 만루홈런을 맞았다.

▶박찬호 (LA다저스) 는 어땠을까. 박은 89년 봉황기 고교야구때 휘문고와의 경기를 이제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는다.

그 경기에서 박은 박정혁에게 홈런 3방을 얻어맞았다.

그같은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박찬호는 17일 7승째를 따내면서 강타자 래리 워커를 3타수 무안타로 잡아냈다.

워커는 94년 미국에 건너간 햇병아리 박에게 첫 홈런을 빼앗은 주인공이었다.

박은 올해도 홈런을 15개나 내주고 있다.

▶선동열 (주니치 드래건스) 도 예외가 아니다.

선은 지난해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도쿄돔 경기에서 셰인 맥과 오치아이에게 연속홈런을 허용하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 눈부시게 재기한 선동열의 피홈런수는 '0' 이다.

조성민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 16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의 고마다에게 만루홈런을 얻어맞았다.

그러나 기죽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고개를 곧추세우고 '대투수 대열' 에 합류한 신고식을 끝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더구나 '보약' 이라는 만루홈런이었으니 더욱 힘이 날테고….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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