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 철도요금 10% 슬그머니 할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25일자 서울행 새마을호 열차표 예매를 위해 부산역을 찾은 고재웅 (高在雄.58.부산항부두관리협회 상무) 씨는 잠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25일은 평일 (금요일) 이므로 평소처럼 2만5천7백원을 내밀었으나 창구직원이 2만8천3백원의 할증요금을 요구했던 것이다.

주말부부로 매주 경부선 새마을호 열차를 이용해온 高씨가 영문을 몰라 항의하자 창구직원은 막무가내로 인상된 요금을 고집하며 휴가기간엔 평일에도 할증요금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해줬다.

여름휴가철 여행객이 늘자 철도청이 슬그머니 할증된 요금을 받고 있어 철도요금의 편법 인상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철도청은 그동안 주말.휴일에만 적용해오던 철도요금 10% 할증제를 21일부터 8월20일까지 한달간의 휴가철 특별수송기간에도 확대 적용키로 하고 승차권을 판매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간중 연인원 9천8백여만명이 피서를 떠나고 이중 4천9백여만명 (51%) 이 철도와 고속.시외버스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이라는게 건교부의 추산이다.

이에따라 철도역에선 이미 할증운임으로 승차권을 예매하기 시작했으며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승차권을 구입하려는 시민들과 역무원들이 매표 창구에서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시민들은 정부가 사전에 발표도 하지 않은채 서민 교통수단인 철도를 이용해 특수 (特需) 기간중 수익을 올리려는 발상은 대목을 맞아 바가지요금을 받는 얄팍한 상혼과 다를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철도청은 국유철도운영에 관한 특례법 규정에 따라 여름철 특별수송기간엔 주말 할증요금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철도청 한 간부는 "탄력운임제 도입취지가 교통수요 분산에 있는 만큼 휴가철 할증요금 적용은 전혀 문제가 없고 이미 건교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항"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과 법조인들은 "법규를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했다" 고 비난하고 있다.

강경구 (姜倞求) 변호사는 "휴가철 운임에 주말운임을 적용한 것은 철도청장에게 위임된 권한범위를 벗어난 것이며 비록 인상근거가 타당하더라도 사전에 알리는 절차를 밟는 것이 국가기관이 해야할 일" 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탄력운임제를 평일을 포함한 휴가철 한달간 계속 적용하는 것은 무리며 장관이 승인한바도 없다" 고 말했다.

지난 3월 개정된 국유철도운영에 관한 특례법 (10조2항) 은 "철도청장은 경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준운임및 요금을 거리.시간.요일등에 따라 조정해 적용할 수 있다" 고 규정돼 있다.

신동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