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찬바람… 단기 스쿨링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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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은 올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지나치게 낮게 잡은 것 아니냐는 등 의견도 구구하지만 안방경제도 적잖이 주름이 질 것으로 예견된다. 이에 따라 가계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해외유학 트렌드의 변화도 가시화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아예 유학을 포기하는 것. 유학업체 ECGET 황순재 대표는 “단기유학은 참여율이 거의 1/10 수준으로 줄었다”며 “겨울방학 성수기에도 대부분의 유학업체들이 예년과 달리 모객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유학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대학생 어학연수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된 유학박람회의 경우 평소 문전성시를 이루던 해외 인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가 한산했던 반면,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 창구는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조기유학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특목고 입학을 목표로 초등학교 때 1~2년 단기유학을 보내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최근에는 방학을 이용한 스쿨링 프로그램만 선택하고 있는 실정. 환율 상승폭이 유난히 큰 미국·캐나다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환율이 덜 오른 호주나 뉴질랜드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 브래인파트너스 뉴질랜드 오클랜드 지사장 서준혁(38)씨는 “2009년 신학기(2월초)에 유학 오는 학생을 한 명도 못 받았다”며 “현지에 근무한 8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단기 방학 프로그램도 올해는 전무한 상태.

 미주지역에 비해 물가가 저렴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어학원이 500여개에 달하는 필리핀도 학생이 줄어 업체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 대부분의 필리핀 어학원들이 한국 원화를 바탕으로 학비와 기숙사비를 책정하다 보니 갑작스런 환율 상승에 적자가 심각한 상태다.

 환율 상승은 유학사업의 연쇄적인 도산을 가져올 수도 있다. 황 대표는 “보통 유학수속 의뢰를 받으면 참가비를 미리받는 것이 관례”라며 “예기치 못한 환율상승으로 현지업체에 학생들이 지불한 참가비 이상을 부담하게 돼 유학원들의 고민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통해 소규모로 난립해온 유학업체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
는 낙관론도 있다. 

 고환율 시대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유학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일터. 이런 수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방법이 등장했다. 온라인을 통한 유학 공동구매가 그것. 최초로 유학공동구매 사이트를 표방한 개코닷컴(www.getcco.com) 윤승규 이사는 “유학원은 사무실 운영과 서비스 인력을 항상 대기시켜야 하는 고비용 구조”라며 “원가 절감을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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