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살포 관련 청와대 반응 "구체적증거 없어 싱겁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청와대가 16일 오전 박찬종후보측으로부터 받은 봉투에는 '돈 살포' 관련 증거물은 없었다.

김용태 (金瑢泰) 비서실장은 朴후보측 안상수 (安相洙) 위원장이 내놓은 봉투를 김광일 (金光一) 정치특보.조홍래 (趙洪來) 정무수석과 함께 뜯어 보았다.

朴후보는 전날까지 이회창후보측이 뿌린 금품관련 증거를 金대통령에게 제출한다고 예고해 긴장 분위기를 높인바 있다.

그런데 정작 펴보니 "A4용지 5~6장의 서류에 구체적 증거가 전혀 없다.

어떤 두 위원장에게 금품이 전달됐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써있더라. 신문에 보도된 정도" 라고 한 관계자가 설명했다.

그는 '朴후보가 친필로 대통령에게 써낸 건의서' 라고 성격규정을 했다.

安위원장은 기자들에게 "朴후보는 신한국당이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한 것인데, 누구를 공격하는 것처럼 잘못 비쳐지는데 대한 안타까움등 소회를 金대통령에게 밝힌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실무 관계자들은 "확실한 증거를 내놓을 것처럼 하더니, 싱겁다" 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 당국자는 "朴후보가 이럴줄 알았다" 면서 "이번 일에는 金대통령이 자기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朴후보의 불만이 깔려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으려 했던 것" 이라고 설명했다.

金실장은 金대통령에게 '건의문' 에 대해 보고했다.

金대통령은 이번 일이 터졌을 때부터 청와대가 나서면 자신의 '중립' 자세가 훼손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金대통령은 오후에 들어온 이만섭 (李萬燮) 대표서리에게 공정경선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조했지만 이회창.박찬종후보 개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유사사안이 터져도 청와대는 '경유지' 일 뿐 처리는 당에서 할 것" 이라고 못박았다.

박보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