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희귀 동식물 보존책 부처이기주의 없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 동식물의 관리를 놓고 정부 부처끼리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동안 천연기념물 지정및 관리는 문화체육부 문화재관리국에서 관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재관리국은 지정만 해놓았지 관리를 소홀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빌미가 돼 천연기념물 가운데 동식물 부문을 환경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처간의 심각한 대립으로 결국 환경부는 천연기념물 부문을 그대로 문화재관리국에 두고 새로 멸종위기동물 부문을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것을 곧 대통령령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관리에 소홀했던 동식물을 잘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반길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한 나라에서 이름만 바꾸었지 보호해야 할 동식물을 놓고 관계부처간 예산 나누어먹기식과 부처간 지나친 자기선전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지정은 쉽지만 그 관리와 보호는 법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리와 보호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효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같은 까닭으로 자칫 환경부의 새로운 멸종위기동물 지정은 중복행정의 결과만 낳게 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것일까. 이번 기회로 문화재관리국은 소홀했던 천연기념물등 동식물 관리에 좀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의 집단번식지에 번식시기에만이라도 관리인을 고정 배치해 알의 도난을 막는 일이 지정과 함께 해야 할 일이다.

환경부는 종 (種) 하나에 집착해선 안된다.

바로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동식물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종합적인 환경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희귀종 보호가 자연환경 문제의 가장 시급한 일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생물자원을 풍부한 생태계로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말하자면 '한 마리 참새의 가치' 를 인식할줄 아는 자연정책이 환경부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다양한 동식물은 우리에게 식량의 자원이 되면서 나아가 쾌적한 생활공간을 부여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쾌적한 생활공간은 자정 (自淨) 능력을 갖고 있는 다양한 생물환경에 의해 보장받을 수 있다.

이미 빈약한 동식물로 인해 물은 부영양화가 일어나고, 대기중의 오존층은 파괴돼 가며, 땅은 산성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생물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최근 환경부가 희귀동물을 갖고 지나치게 자기 부처의 의도적인 홍보를 일삼는 일은 한 나라의 환경정책에 바람직한 일은 못된다.

왜냐하면 힘있는 정부는 요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일이 부처의 할 일 아닌가.

<윤무부 경희대교수 생물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