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사태로 연쇄부도 위기몰린 협력업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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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천광역시 원당동에 위치한 S테크. 한달 평균 15억원 규모의 부품을 기아자동차에 공급하는 이 회사는 15일자 기아발행 어음 7억8천만원을 현금화시키지 못해 사장과 임원들이 15일 오후부터 사채시장을 뛰어다니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속타는 심정은 모르고 채권은행단 1차회의가 30일 열린다니 말이 되나요" 라며 항변했다.

이 회사에 밥줄을 걸고 있는 원료및 하청업체 40여개사에서도 16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결정 파장은 16일부터 이처럼 5천여 협력업체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엔진부품을 기아에 공급하는 D기공은 또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이 회사는 한달전 산업은행측에 시설투자 자금을 빌려 달라고 요청해 15일오후 40억원의 자금을 대출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 회사 姜모사장은 산업은행을 찾아갔다가 은행측으로부터 기아의 협력업체라는 이유로 대출을 전면 보류하겠다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 회사는 당초 은행측의 자금지원 약속을 믿고 시설공사에 착수했는 데 돈줄이 막히면 바로 부도위기에 몰릴 수 있어 애를 태우고 있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20억원 규모의 기아 어음은 이날부터 할인도 되지 않고 있어 하청업체들은 이 회사의 어음을 현금화시킬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아우성이다.

姜사장은 "이번 주중에 정부나 은행측에서 기아 어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며 망연자실했다.

서울 여의도동에 본사가 있는 S공업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회사는 5백여명의 임직원이 구로.반월등 전국 4개 공장에서 자동차휠을 만들어 한달 3억~4억원 상당을 기아에 공급하는 업체. 이 회사 金모사장은 16일 하루종일 거래은행과 하청업체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로 진땀을 흘렸다.

현재 이 회사가 보유중인 기아 어음은 3억5천만원. 15일자 어음 7억5천만원은 천만다행으로 수십년 거래한 은행으로부터 할인을 받았으나 아직 수금이 안된 어음 3억5천만원이 남아있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1차 협력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이라며 "하루하루 어음을 막아야하는 2, 3차 하청업체는 문제가 심각해 대량 부도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1차 협력업체는 전체 1천3백83개사중 종업원 1천명 이하 또는 자산8백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이 96%인 1천3백36개사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이중 종업원 50명 이하의 소.영세업체가 46%에 이른다.

대기업은 전체의 3.4%인 47개사에 불과하다.

이에따라 이들 업체가 물품대금을 제때 못받거나 어음할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바로 연쇄부도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영렬.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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